진정 배려였을까? 아님, 너의 철저한 무시였을까?
가끔씩 누군가 나를 위해 어렵게 용기 내어 이야기한다며 물꼬를 트는 경우가 있다.
불행하게도 나의 경우 어렵게 용기 내어해 주었던 이야기가
정말 나를 위한 것이었을까, 배려였을까, 아님 철저한 무시였을까 의문스러웠다.
“안녕하세요, 차장님
Display현장에서 초순수(제조시설) 공사를 담당하시며, 고전하신다 들었습니다.
때마침, 괜찮은 곳의 채용공고가 있어 전해드립니다.
마침 직무도 대기오염방지시설 설계여서요.
무더운 여름 건강 유의하세요!“
문자 아래 채용공고 링크가 함께 있었다.
며칠 전 현장 확인을 마치고 사무실로 들어오던 중 확인한 김영인과장의 짤막한 문자였다.
짧은 순간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Display현장으로 자리를 옮기며, 굳이 연락할 이유가 없었다.
그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지만, 몇 달이 지난 터였다.
나의 존재 자체가 싫었던 것일까, 알 수 없는 불편함이었을까
며칠이 지났을까, 어떤 식으로든 문자가 숨은 뜻을 알고 싶었다.
“뚜~뚜~뚜”
짧은 신호음이 몇 번 울렸다.
“예, 김영인입니다.”
“예, 김정우입니다. 통화 잠시 가능할까요?“
“예, 괜찮습니다.”
“며칠 전 문자와 채용공고 링크를 함께 보내줘서”
“아, 제 생각에는 직무와 연관이 없는 초순수제조시설 공사를 담당하신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직장인이라면 회사가 필요로 하는 일을 해야 할 필요도 있다 생각해요.”
“제가 주제넘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차장님께서 굳이 초순수를 이란 생각이 들어서요.
죄송합니다.“
“알겠습니다.”
더 이상 이야기를 이어가고 싶지 않아 전화를 서둘러 끊었다.
나는 이곳에서 어떤 존재일까?
누군가에게는 치워버리고 싶어 하는 존재일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눈치 없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존재일까?
답이 없는 수많은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어쩌면 이런 수많은 의문이 여섯 번째 직장을 찾게 된 계기가 되었을지 모르겠다.
몇 년이 지나 강현과장과 김영기과장을 만난 자리에서 우연히 그날의 이야기가 회자되었다.
“너랑 영인이가 회사 내 유일한 대기 관련 엔지니어였고,
발전시설 등 공공부문 프로젝트까지 진행했던 네가 영인이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웠다 하더라,
혼자 끙끙 않지 말고 나한테라도 이야기하지, 답답하기는“
“형님 그만두시고 처음 드리는 말씀이지만 어떻게 버티셨습니까?
제가 도와드린다고 도와드려도 큰 도움이 못 되는 거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서
항상 죄송했습니다.“
“정우야, 차라리 잘 됐어,
지금 회사 매각된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나도 다른 곳 알아보고 있고, 너 나갈 때 나도 같이 갈 걸 그랬나 한다. 요즘은“
그날 이후 며칠 뒤 매각 된다는 기사를 언론매체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정우야 기사 봤지?”
“어”
“나는 건설사로 자리 옮기게 됐고,
영기는 공인중개사 합격해서 이번 기회에 오픈하기로 했다.
왜, 너랑 나랑 있을 때부터 공인중개사 합격은 OOO 하고 노래를 불렀잖아, 하하하“
“다행이다, 다들
힘들겠지만 각 자리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우리 종종 만나자!“
“그래야지”
강과장 아니 현이와 통화를 마치고 나니 알 수 없는 시원함과 서운함이 밀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