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깝게 직장생활은 그리 다르지 않았다.
사고 개요를 정리하여 이현소장에게 보고하였다.
소장에게 사고 개요는 중요하지 않아 보였다.
피해현황을 확인하고 책임소재를 따져 물어야 한다 라는 이야기만 반복할 뿐이었다.
오후 현장 확인이 예정되어 있으니 그 이후 정확한 파악이 가능할 것 같다 이야기했다.
소장과 통화를 마치고 통제실로 돌아오니 김영기과장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어온다.
“이현소장 뭐라 합니까?”
“오후에 출근할 테니, 피해현황이랑 책임소재 파악하라 하네요.”
“오후에 현장 확인하시죠.”
“그렇게 해요.”
오전 일과를 마치고, 오후 일과 시작 전 현장이 잠시 멈춰있는 시간이 있다.
김과장과 나는 그 시간에 맞추어 현장을 확인하였다.
현장의 위치나 대략적인 상황은 CCTV로 이미 확인하였기에
소방배관의 파손정도와 혹시 모를 피해에 대한 확인이었다.
“C.R(Crean Room) 상부 배관 설치를 위하여 추락방지용 안전 고리를 체결하던 중
스프링클러와 부딪혔던 것 같습니다.“
“소방배관 외 안전 고리를 체결할 곳이 없다는 것도 문제네요.”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기는 합니다.”
현장을 확인하니 일련의 상황들이 그려지는 듯했다.
상부 배관 설치를 위하여 고소작업대에 올라 작업하던 중 안전 고리를 체결할 곳이 없어 소방배관에 체결한 것이 화근이었다.
고소작업 시 떨어짐 예방을 위하여 안전 고리를 체결한 것이 문제가 될 줄이야.
현장을 확인하고 통제실로 돌아오니 소장과 박지현과장이 통제실에 있었다.
방재과장에게 추가 피해는 없었음을 설명하고, 일단락 지었다.
“김차장, 문제의 작업자는 지금 어디 있지?”
“보고 드린 것처럼 소방배관 이외 안전 고리 체결이 가능한 곳이 없어”
“그래서, 작업자는 아무 잘못이 없다고 이야기하는 건가 지금?”
“저는 사고 개요를 보고 드리려고”
“됐고, 지금 공정 관리자랑 작업자 사무실로 올 수 있도록!”
“예, 알겠습니다.”
급히 연락을 취하여 사무실로 와 달라 했다.
“차장님, 이유야 어떻게 되었든 문제는 현장에서 일어나지 않았습니까?
제 생각에는 현장 여건까지 굳이 이야기하실 필요가 있었을까 싶습니다.“
소장과 함께 온 박과장이다.
“현장 상황을 정확하게 설명드려야 하니까요.
판단은 소장님이 하시는 거니“
“제 생각에는 오늘 같은 상황에서는 차장님 의견보다 소장님께서 듣고 싶은
이야기가 뭔지 파악하시는 게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차장님께서 저희와 오래 계셨으면 해서요.“
“예, 오늘 조언 곰곰이 생각해 볼게요.
감사합니다.“
더 이상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 않아 자리를 떠났다.
“박과장이 뭐라 합니까?”
“오늘 같은 상황에서는 무엇이 선·후인지 생각해 보라 하네요.”
“신경 쓰지 마십시오, 안하무인이라,
참, 관리자와 작업자 도착해서 소장님께 말씀드렸습니다.“
“별일 없겠죠?”
“안전교육이랑 사유서 작성으로 정리하실 것 같습니다.”
“다행이네요.”
김과장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관리자와 작업자가 소장과 이야기를 마치고 사무실을 나서고 있었다.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어보니 안전교육과 사유서 작성으로 정리되었다 한다.
고생하였다 이야기하며, 오늘 작업은 종료하였다.
참 길고 긴 하루가 저물어 가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안도의 한숨을 쉬고 의자에 걸터앉으니 김과장이 말을 건네 온다.
“차장님, 저희 점심?”
이리저리 뛰어다니다 보니 점심을 허허
“정리하고 우리 점·저 하러 갑시다.”
“혹시, 아·점 지나서 점·저입니까?
다른 데 가서 하지 마십시오. 아재라 합니다. 하하하“
그렇게 김과장과 늦은 점심 아니 점·저를 하러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