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을 가다듬고 심호흡을 한다.

커다란 불안 안에서 나를 아니 우리를 지키려 안간힘 써본다.

by 갬성장인

백수 2개월 차에 가뭄의 단비 같은 경영성과급은 나에게 잠시의 기쁨은 되었으나

언제 끝날지 모르는 불안을 걷어 내어주지 못했다.

‘벌써 2개월째다, 얼마나 길어질지 모르겠다.’

속이 새카맣게 타들어간다.

고정적인 수입이 없으니 하나, 둘 미루고 해지하기 시작한다.

병원 진료, 구독 서비스 등


조용히 아내를 불러본다.

“나, 알바라도 다녀야 할까 봐”

“당신이 알바를, 할 수 있겠어? 시험은?”

“우선 시험 마무리 짓고, 찾아보려고”

“그럼, 같이해!"

“당신은 힘들어서 못해, 안 돼!”


당시 아내는 건강이 좋지 못해 쉬고 있었다.

그런 아내에게 다시 일을 하게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한번 고집을 세우면 물러서지 않는 이라는 걸 모르지 않았기에

함께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를 알아보기로 했다.


때늦은 독감으로 2~3일을 쉬었더니 시험이 코앞으로 다가와 있었다.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하자 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뛰어본다.

결과는 알 수 없지만 최선을 다한다면 후회는 없겠지 라는 생각으로


독감에 시험에 다사다난했던 오월은 어느덧 끝자락으로 향하고 있었다.

시험도 끝났으니 하루, 이틀이라도 편히 쉬라는 아내의 말에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아보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여기는 야간 알바를 구하나 봐, 제품 포장한다 하네

편의점 야간 알바도 있다.“

“편의점 야간이면 짬짬이 공부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상품 들어오면 당신은 정리하고, 나는 확인하고 계산하고“

“야간에 두 명이나 쓰려할까?”

“아니지, 알바비는 당신만 받고, 나는 1+1, 손해 보는 셈은 아닌데 호호”


사무실 책상에 앉아 설계하고, 현장에서 확인하던 내가 불안한듯한 눈치다.

“당신 내가 불안 하구나”

“십수 년을 책상에 앉아있었는데 편의점 알바를 하겠다고 하니 좀 불안하기는 해

당신 알잖아

나 학교 다닐 때 알바 많이 했던 거, 알바의 여왕이라고나 할까 호호“

“그래, 이야기해 보자”

아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오후 늦은 시간이 되어 있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잠시 걱정을 내려놓았지만

말 그대로 잠시, 그 순간뿐이다.

고정 수입의 단절이라는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니까

아내가 저녁을 준비하는 사이 긴 한숨을 쉬어본다.

얼마나 길어져야 할까

머리가 아파 오려할 때 휴대전화가 요란스럽게 울린다.


낯선 전화번호다.

“예, 김정우입니다.”

“안녕하세요,

입사지원서 확인하고 면접 일정 조율하고자 전화드렸습니다.

잠시 통화 가능하실까요?“

면접 일정을 조율하는 5분여의 통화가 끝났다.


저녁을 준비하던 아내가 전화소리를 듣고 급히 물어온다.

“면접 보자고 해?”

“어”

“정말, 잘 됐다.”

“어”

“당신 대답이 왜 시큰둥해, 별로야? 가기 싫어하던 곳이야?”

“아니, 어, 아니야”

뭔가 이상했던지 아내가 앞치마를 벗어 들고 나에게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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