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행운과 불행이 뒤섞여 있는 것이 삶이란 것이 아닐까
아내가 준비한 귀여운 일탈(점, 占)을 저지른 지 며칠이 지났을까
준비하던 시험이 며칠 남지 않아 공부 시간을 늘렸다.
공부 시간이 늘어나니 부담이 되었는지 으스스 추워지며, 한기가 들었다.
“당신, 아무래도 감기 기운이 있는 것 같은데
오늘 하루 쉬어!“
“시험이 며칠 안 남아서”
“오늘 하루 쉬고, 내일부터 파이팅 하자!”
“아니야, 오늘 하루 쉬면 내일도, 모레도 쉬고 싶어 질걸
감기약 먹었으니 금세 괜찮아지겠지
다녀올게“
아내의 이야기를 들었어야 했을까?
정오가 지나기 시작하며, 머리가 깨질 듯 아파오기 시작했다.
‘시험이 며칠 남지 않았다, 힘들어도 버텨야 해!“
미련한 버티기는 이후 몇 시간이나 이어졌다.
‘아, 더 이상은 힘들 것 같다.’
주섬주섬 정리하여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들어서니 하던 일을 멈추고 아내가 뛰어나온다.
“많이 아파, 그런 거야?”
“어, 감기가 심한가 봐”
“얼른 누워, 내일 병원부터 가봐야겠다.”
서둘러 나를 누인 아내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한참을 쳐다보았다.
‘봄 감기라니, 시험이 며칠 남았다고, 답답하다.’
이런저런 자책을 하다 잠들었다.
잠들었다 깨다를 몇 번인가 반복했다.
무거운 몸을 억지로 일으켜본다.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들었는지 아내가 서둘러 들어온다.
“일어났어, 좀 어때?”
“어제보다는 조금 나아진 것 같아”
“아침 먹고 병원 가자
병원 다녀와서 오늘은 쉬어“
“엉, 그렇게 할게”
서둘러 아침을 먹고, 병원으로 들어섰다.
콜록콜록 기침소리가 가득하다.
“독감입니다.
며칠 푹 쉬셔야 합니다.“
“오월인데, 독감요?”
황당한 표정으로 다시 물었더니 무표정한 얼굴로 답한다.
“독감 유행이 길어지기도 합니다.”
약을 처방받아 다시 집으로 향했다.
온갖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하다.
백수 2개월 차
시험과 취업을 준비하며, 통장 잔고는 하루가 다르게 줄어들어가고만 있었다.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까
복잡한 머리와 무거운 몸을 뒤척거리고 있을 때 짤막한 문자가 왔다.
경영성과급 지급되었으니 계좌 확인 바랍니다.
‘인사지원실’
백수에게 경영성과급 신종 보이스피싱 인가
속는 셈 치고 계좌를 확인해 본다.
‘어, 이게 뭐지’
전 회사이름과 함께 경영성과급이라 표시되어 있었다.
한 달 급여가 조금 넘었다.
‘살았다.’
훗날, 강현과장을 만나 자초지종을 들을 수 있었다.
경영성과급 지급대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에 우여곡절이 있었다 했다.
성과 달성 시 재직자로 할 것인지(퇴직자 포함)
지급 당시 재직자로 할 것인지(퇴직자 제외)
지급일 당시 재직자에 대한 지급은 어려움이 없었으나
퇴직자 포함여부에는 설왕설래가 있어 늦어진 듯하다 했다.
뭐, 과정이야 어찌 되었든 백수 2개월 차에
가뭄의 단비 같은 경영성과급이었다.
오월에 독감과 때늦은 경영성과급
마치 동전의 앞뒷면처럼 행운과 불행은 반복되며, 뒤섞여 있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