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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갬성장인 Apr 30. 2024

17년여 만의 선물 같은 쉼

어떻게 이 선물 같은 쉼을, 소중한 여정을 잘 보낼 수 있을까?

진료받으며 처방받은 약 때문인지, 스스로에게 주었던 선물 같은 쉼 때문이었는지 

첫날은 너무나 편안하고 깊게 잠들 수 있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사내 메신저와 E-mail을 확인하려다 그만두었다. 

선물 같은 쉼, 이 소중한 여정의 첫날 일과 관련된 그 무엇도 하고 싶지 않았다. 


선물 같은 쉼의 첫날, 근처 카페로 향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의 카페라 했다. 

평일 오전 시간이었음에도 카페에 많은 이들이 있었다. 

'평일에 이렇게 쉬는 이들이 많은 걸까?' 처음 알았다. 

아마도 다른 이들은 적절한 시기에 자신을 돌아보며, 쉬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과연 저들은 걱정이 없을까? 바쁜 일상이 없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아마 너무 지쳐버리기 전에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잠시 잠깐의 여유를 보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아침 일찍이어서 그런지 은은한 커피 향이 매우 매혹적이었다. 

더불어 구수한 빵내음이 주변을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커피 향과 빵내음에 취한 듯 매료되었다. 

창가 풍경이 좋은 자리를 잡아 향이 진한 커피 한잔과 조각 케이크 하나를 주문하였다. 

"Take-out 하시나요?" "아니요, 오늘은 잠시 머무르다 가려고요." 

훗,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간단히 아닙니다.라고 하면 될 것을 '오늘은 잠시 머무르다 가려고요'라니 도대체 처음 가본 카페에서 오늘은? 잠시 머무르다 가려고요. 

'이 무슨 소리야!' 

다행히 주문을 받은 점원은 아무렇지 않은 듯 

"준비되면 안내드리겠습니다."라 한다. 

'참, 첫날을 이렇게 알쏭달쏭하게 시작하는구나 후후훗'

잠시 기다리다, 주문한 커피와 케이크가 준비되어 자리로 돌아왔다.


카페는 강기슭에 자리 잡고 있어 풍경이 좋았다. 

마침, 며칠 전에 비가 내려 넘실거리는 강물을 볼 수 있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를 정도로 강물이 흘러가는 모습을 아무 말 없이 쳐다보았다. 

그냥 강물이 흐르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저 강물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 것인지 알고 있을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어쩌면 저 강물도 어디로 흘러가는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바다에서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고 흐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아무런 뜻도 없고, 의미도 없지만 무의미한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참 좋다. 

조용한 음악이 귓전을 맴돌고, 은은한 커피 향이 코를 간지럽히며, 구수한 빵내음이 주변을 채워가는 지금 이 순간이

며칠 전까지 잠을 설치고, 감정은 수시로 널을 뛰고, 순간순간 숨이 가빠지고, 가슴이 두근거리던 내가 맞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번아웃증후군이라는 낯설기만 한 불청객이, 낯선 이방인이 말없이 떠나버리기라도 한 듯


잠시 풍경에, 은은한 커피 향에, 구수한 빵내음에, 감미로운 음악의 선율에 취해 잊고 있었던 책 한 권을 집어 들었다. 

김지혜 작가의 '책들의 부엌'이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와 비슷한 내용이면 어쩌나 내심 걱정하였지만 따뜻한 이야기들은 나를 금세 감싸 안으며, 따스한 온기를 전해주었다. 

이때의 나에게 때로는 친구가 되기도, 때로는 지팡이가 되어주었던 것은 바로 책이었다. 

나에게 온기를 전해주었던 많은 책들이 비틀거리며 어찌할 줄 모르던 나를 지탱해 주기도, 위로가 되어 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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