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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갬성장인 Apr 27. 2024

기억이 신의 선물이라면 망각은 신의 축복이다.

저에게도 잊지 않고 망각이라는 축복을 내려주신 신께 감사드립니다.

요즘 들어 부쩍 번아웃증후군, 우울증, 공황장애 등으로 힘겨워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자주 들린다.

'오죽하면 우울증을 주변에 알리는 것을 우밍아웃이라 할까?'

바삐 흘러가는 사회의 파도에 몸을 맡기다 보니, 잠시의 여유조차도 허락되지 않은 탓일까?

그동안 쉽사리 이야기하지 못했던 마음의 병에 대하여 꺼내놓을 수 있는 분위기가 된 걸까?

우리 주위에 많은 이들이 마음의 병으로 고통받고 있음에도 과연 우리는 그들의 아픔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있는가?

갑작스러운 궁금증이 나를 어지럽힌다.


얼마 전까지 나 역시도 정신건강의학과, 심리상담, 항우울제, 신경안정제, 수면유도제와 일상을 함께 하였다.

번아웃증후군으로 인한 우울, 무기력, 공황장애로 힘겨워하고 있었기에 어쩌면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을지도

이제는 이러한 수식어들을 걷어내고 그 누구보다 즐겁게 살아가고 있지만

오늘 우연히 우울증에 관한 에세이들을 접하게 되었다.

'아, 힘들어하는 이들이 너무나 많구나!'

마치 나는 겪어보지 못한 듯 새삼스러운 반응에 흠칫 놀랐다.

'야, 얼마 전까지 내 모습이야, 이 새삼스러운 반응은 뭐지?'

3년 동안의 길고 긴 어둠의 터널 속에 내 던져진 듯하다며, 정신건강의학과는, 심리상담은, 항우울제 등 많은 약들을 언제쯤 끊어낼 수 있을까?

끊어 낼 수는 있을까? 라며 때때로 답답해하던 내가 맞는지 나 스스로에게 다시금 물어본다.


누군가 만나면 갑자기 숨이 쉬어지지 않았는지?

아침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이 힘들지 않았는지?

순간순간 삶의 끈을 놓으려 하지 않았는지?

누군가 한없이 원망스럽지는 않았는지?

그냥 다 내려놓고 싶지는 않았는지?

그 시절의 나는 어떠했는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았다.

참, 이해가 되지 않지만 3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의 기억들이 '통편집'되어 버린 듯 기억이 희미하다.

마치, 살아가기 위해 살아내기 위해 마치 그 시간을 지워버린 것처럼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를 일이지만

갑작스레 누군가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기억이 신의 선물이라면 망각은 신의 축복이다.'

나에게도 망각이라는 축복을 내려주신 신뜬금없이 감사드려 본다.



저의 경우 주윗분들의 응원과 배려로 생각보다 빨리 회복한 경우라 들었습니다.

지난 3년여간의 기억이 희미하긴 하지만 너무나 힘들었고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는 것만은 또렷이 기억합니다.

다만, 어떻게 힘들어했는지, 얼마나 힘들어했는지 흐릿할 뿐

안타까운 것은 이 어려운 시간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저 역시 병가휴가를 내3개월간 쉬었습니다.

병가휴가를 내려 1, 2차 상사들과 면담하며, 흔히 들었던 이야기

"그리 약한지 몰랐네?"

번아웃증후군을, 우울증을, 공황장애를 정신력이 약해서, 나 때는으로 치부하지 말아주었으면 합니다.

그리 될 수밖에 없었던 상황들을 살피고 바로잡아주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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