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을 벗어나려 글을 씁니다.

빛이 되어준 녀석들과 웃고, 울고, 다투었던 이야기를 씁니다.

by 갬성장인

직장생활 19년 차, 삶을 살며 단 한 번도 마주 하게 되리라 생각지 못했던 번아웃(소진), 우울, 공황장애와 맞닥뜨리게 되었다.


어느 해 뜨거운 여름, 수많은 이야기들이 허공에 산산이 부서지고 있는 것 같았다.

문단이, 문장이, 단어가 하나하나의 모음과 자음으로 나뉘어 내 주위를 떠돌고 있는 것만 같았다.

너무 두려워 황급히 찾아간 정신건강의학과라는 곳에서 번아웃(소진) 증후군과 동반된 우울과 공황장애라는 낯선 이름의 꼬리표를 붙여주었다.

아직까지 나에게 어색하기만 한 'F32.9 상세불명의 우울에피소드'

이 길고, 어색한 이름이 내가 가지고 있는 꼬리표의 이름이다.


하루에도 수백, 수천번 감정은 널을 뛰는 듯했다.

어떤 때는 그 누구보다 서러웠고, 너무 감성적이기도, 잔뜩 찌푸리기도 했다.

주위에 모진 말을 뱉어내기도, 한 없이 약한 모습을 보이며 걱정시키기도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이가 나였다.

이렇게 나의 밑바닥을 보였을 때,

나의 곁을 항상 지키며, 보듬어주고, 감싸 안으려 했던 형과 동생의 이야기를 담담히 해보려 한다.


"호운아! 형 안 보이면 찾지 마"

"형님,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어디 가시려고요?"

"아니, 형이 안 보이면 뒷산 어딘가 찾아보라며 119에 신고해줘"

"하, 대체 뭐가 형님을 그리 날 서게 하고, 힘들게 하는지 알려주십시오.

제가 어떡해서든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아니야, 답이 없을 것 같아,

그냥 그렇게 하는 게 편할 것 같다."

"해연아! 왜 이리 힘이 들지?"

"그냥 아무 생각도 하지 마세요.

그래도 괜찮아요."

"근데 너무 힘들어, 이제 나 쉬면 안 될까?"

"쉬어도 되는데, 그냥 잠깐만 쉬는 거예요."

녀석들에게 너무 지쳐버려 했던 말들을 조금 옮겨 보았다.

이제 나는 3년째 번아웃(소진), 우울,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

언제쯤 이 유쾌하지 못한 꼬리표를 떼어내고 녀석들과 한껏 크게 웃을 수 있을까?

이제 이 유쾌하지 못한 꼬리표의 시작과 이겨내기 위해 아직도 몸부림치고 있는 나의 이야기를 담담히 써 내려가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