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선 30분이면 해결되는 일이
우린 최소 며칠 심하면 몇 달도 걸린다.”
어떤 외국인은 인터뷰에서 위와 같이 말했다.
외국인들은 한국의 장점 중 하나로
“빠른 일 처리”를 꼽는다.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는 우리에게
놀라운 기적을 가져다주었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다.
빨리 결과를 내야하고 완벽하게 해야 한다는
분위기와 시스템에 따라가는 것이
나는 늘 버겁고 숨이 찼다.
빠르고 완벽하게 해내지 못할 때마다
남들보다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내 속도에 맞춰서 천천히 가면
낙오자처럼 보였다.
멈춤과 쉼은 사치라고 생각했다.
헨리 데이빗 소로우는 책<월든>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왜 우리는 성공하려고
그처럼 필사적으로 서두르며,
그처럼 무모하게 일을 추진하는 것일까?
어떤 사람이 자기의 또래들과 보조를
맞추지 않는다면,
그것은 아마 그가 그들과는 다른
고수(鼓手)의 북소리를 듣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이 듣는 음악에 맞추어
걸어가도록 내버려두라.
그가 남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자신의 봄을 여름으로 바꾸어야 한단 말인가?”
사회의 기준과 문화가
나를 행복하게 만들지 않는다면
굳이 억지로 따르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걸
깨달았다.
타인이나 사회가 중요하다고 강요하는 것들에
내 삶의 행복을 맡겨버리면 안 된다.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진리는
스스로 창조하고 결정해야 옳다.
다른 사람이 아닌
자기 자신이 생각하는 중요한 가치를
내 삶의 커다란 뿌리로 두어야 한다.
잠깐의 여유로움과 느긋함이 삶의 질을 좌우한다.
나보다 속도가 빠르다고 느낄 때
잠시 멈춰서 숨을 고른다.
무엇이든 시간, 호흡, 리듬, 박자가 있는 법이다.
이러한 요소들과 일체가 되면 인생은
훨씬 즐거워진다.
시간과 함께 존재한다는 감각을 느끼고,
그 시간 자체를 온전히 즐기지 못하면
내 삶의 행복은 지나가 버린다.
확실히 내 것이었는데
마치 내 것이 아니었던 것처럼.
독서를 시작한 뒤로 내 인생에 틈이 생겼다.
이때부터 매 순간을 천천히 음미했다.
세상과 타인이 정해놓은 시계에서 벗어나
나만의 호흡과 박자에 따라
내 삶을 의식적으로 조절하는 힘이 생겼다.
남의 장단에 맞추지 않고
나의 장단에 맞춰서 춤추는 용기를 배웠다.
남들이 뛰어간다고 해서 나도 뛰어갈 필요 없다.
멀리 날아가는 새를 부러워할 필요도 없다.
인생의 느림은 꼭 느린 것이 아닐 수도 있다.
가장 느려 보였지만, 지나고 보니
가장 일찍 도착하는 경우도 있다.
나만의 속도로 나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는 것이
더 빠른 지름길일지도 모른다.
이른 봄에 나무는 하늘을 향해 쭉쭉 자란다.
그러다 점점 성장을 멈춘다.
욕심을 부리면 좀 더 클 수 있지만,
나무는 스스로 멈춰야 할 때를 안다.
그렇게 멈추고 난 뒤 가지 끝에서
꽃이 필 때까지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