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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은 1가지뿐

by 박가을



“엄마 기억으로 네 몸무게가

그때 22kg까지 찍힌 걸 본 것 같아.

멈추지 않고 계속 줄어드는 몸무게를

숫자로 확인하는 게 무섭더라.

더 이상 일부러 안 쟀어.”


시간이 흘러 어느 날 엄마가

나에게 하셨던 말이다.


건강과 체력이 망가졌을 때

내 살은 속절없이 쭉쭉 빠졌다.

말 그대로 내 몸은 뼈만 있었다.


병원에 입원했을 때 매일 아침 몸무게를 재서

간호사에게 보고하는 일이 힘들었다.


어제보다 살이 더 빠졌을까 봐

늘 몸무게에 올라갈 때마다

마음이 무겁고 긴장감이 치솟았다.


병원에서 퇴원하고 살이 조금씩 찌기 시작했지만,

7년 가까이 34kg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체력이 약해서 2시간 이상 앉아 있으면

온몸에서 땀이 뻘뻘 흘렀다.

또 밖에 1시간 이상 돌아다닐 수 없었다.


사회생활은 꿈도 꾸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건강과 체력을 회복할 때까지

7년 동안 집에 있어야만 했다.


내가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누워서 책 읽기와 사색하기’뿐이었다.


그 시기에 나는 온전히 혼자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눈을 감고 심연 속에서 오로지 나 자신과

마주하며 숙고의 시간을 쌓았다.


그 뒤로 ‘사색하는 즐거움’을 배웠다.

걸으면서 사색하기는 일상의 기쁨 중

하나가 되었다.


돌아보면 과거의 나는

항상 남들의 생각을 따라가기에 바빴다.


자기 생각을 분명하게 표현해 본 일이

별로 없었다.

누가 대신 결정해 주길 원했다.


다음은 도스토옙스키의 소설<죄와 벌>의

한 구절이다.


“자, 지금의 우리는 어떤 모습이지요?

우리는 모두 예외 없이 과학, 진보, 사상,

기술, 이상, 소망, 자유주의, 이성, 경험,

그 밖의 모든, 모든, 모든 분야에서

아직 중학교 예비 학급 1학년 수준밖에

되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생각으로 그럭저럭 살아가다가

썩어 버린 겁니다.”


책을 읽을수록 ‘생각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는다.


남들보다 앞서가는 사람들은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이들은 평소 생각을 수없이 한다.

또 생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거대한 피라미드도

누군가의 어떠한 생각에서 출발했다.


생각이 중요한 이유는

현재의 생각이 곧 미래의 나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내가 어떻게 생각하면서 사느냐’에 따라

자기 운명의 옷이 달라진다.


어떤 옷을 입을지 신중히 고르듯이,

어떤 생각을 할지도 잘 골라야 한다.


우리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객관적으로

보는 게 아니라 자기만의 생각과 관점을

기준으로 본다.


지금 내 인생의 모습은

내 생각의 결과물일 확률이 높다.


우리는 누군가의 생각 속에서 살고 있다.

이 세상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어떤 의도와 목적을 지닌다.


핸드폰, 노트북, 자동차, 세탁기, 컵, 화장품 등

우리가 사용하는 것들.

영화, 드라마, 책, 노래, 잡지, 유튜브 등

우리가 보고 듣는 것들.

롯데월드, 스타벅스, 다이소, 이마트, 맥도날드,

뮤지엄산 미술관 등 우리가 다니는 곳들.

모두 다 누군가의 생각에서 시작되었다.


불변의 진리처럼 당연하게 여기는

도덕과 윤리, 전통과 관습, 상식과 이념,

규칙과 법률도 사람의 생각에서 비롯되었다.


우리는 누군가의 생각에 지배받으며 살아간다.

그 누군가는 남들보다 먼저 생각하고

미리 상상했던 사람이다.


누군가의 생각은 위대하고 이로울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 생각으로 인해 우리는 좋은 세상 혹은

행복한 삶을 살기도 하고, 반대일 수도 있다.


나는 무언가를 마주할 때마다

수동적으로만 받아들이기 전에

다음과 같은 의문을 품는다.


‘이건 어떤 사람이 만들었을까?

무슨 생각과 의도를 담은 걸까?

이걸 세상에 내놓은 진짜 이유와 목적은

무엇일까?’


타인의 상상력 안에서 박수만 치는 관객으로만

살다 가기엔 우리 인생이 아깝다.


나는 ‘생각’이라는 도구를 잘 활용하는 인간인가?

혹시 다른 사람의 사고 속에 갇혀서만 사는 건

아닌가? 돌아본다.


생각의 차이가 운명의 격차를 만든다.

생각은 최고의 자산이자 스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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