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살 무렵, 친구들과 국내 여행을
주말마다 다녔다.
그 당시 일도 재미없고 집도 싫었다.
일상은 지루하고 답답하기만 했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을 벗어나기만 하면
행복해질 줄 알았다.
강원도부터 여수까지
가능한 한 새로운 곳으로 떠났다.
막상 여행 다니는 날보다
여행 전날이 더 좋았다.
계획을 세우고 짐 챙길 때 혹은
출발하는 기차에 몸을 실을 때의 설렘이
여행의 가장 큰 즐거움이었다.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역시 집이 최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26살 때, 운명으로부터 나의 소중한 일상을
송두리째 빼앗겼다.
많은 걸 잃고 나서야 깨달았다.
이미 내가 누렸던 일상은 천국이었고
보물로 가득했음을.
눈앞에 황금을 보지 못한 채
더 큰 행복을 찾아 멀리 헤매던 내 모습이
어리석었음을 뒤늦게 알아차렸다.
행복은 특별한 순간에 특별한 곳에서
특별한 누군가가 만들어주는 일이라고
착각했다.
다음은 내가 좋아하는 문장이다.
출처는 <중국의 시>다.
“봄이 어디 있는지 짚신이 닳도록
돌아다녔건만
정작 봄은 우리 집 매화나무 가지에
달려있었네.”
행복의 진리는 가까운 일상 속에 있다.
날마다 반복되는 생활에서
나만의 행복을 얼마나 ‘발견’하느냐에
달려있다.
숨 쉬는 일, 먹는 일, 걷는 일,
움직이는 일조차 내 의지대로 할 수 없어서
일상이 처참히 무너졌을 때,
내가 원했던 것은 단순했다.
“다시 예전처럼 평범하고 당연했던
일상의 단면들을 누리고 싶다”
‘근사한 곳 가서 외식하고 싶다,
멋진 곳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다,
예쁜 옷을 사서 입고 싶다’가 아니었다.
‘얼른 내 방에 가서 물건을 정리하고 싶다,
책상에 앉아 일기를 쓰고 싶다,
가족들과 소파에 앉아 TV 보고 싶다,
친구와 카페에서 수다 떨고 싶다’였다.
덕분에 지금의 나는
행복의 역치값이 낮다.
시시하고 별거 아닌 일에도
쉽게 자주 행복을 느낀다.
빨래를 널고 설거지를 할 때
혹은 샤워할 때
매번 행복감이 올라온다.
평범하고 당연한 일상 안에
내가 존재한다는 증거니까.
마트에서 백설기를 사 왔다.
집에 오자마자 한입 베어 물었다.
떡 한 입에서도 행복이 밀려왔다.
소박한 일상 속에서 발견한
소소한 기쁨들이 쌓일 때,
하루는 충만해졌다.
행복의 비결은 많은 일을 하는 데
있지 않다.
멀리 떠날 필요도 없다.
지금 있는 자리에서, 더 적은 것으로도
인생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을
자각했다.
행복은 어딘가 저 멀리에 있을 거라
기대하며 찾아다니는 일이 아니었다.
나의 온 행복은 순간 속에
숨어 있음을 이제야 알았다.
깊은 행복은 지금 이 순간에
가장 많이 묻혀있다.
내가 간절히 바라던 행복은
이미 내 주변에 가득 깔려 있었다.
누구나 오늘 하루 매 순간을
온전히 가질 수 있는 특권을 지녔다.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기만 해도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많다.
행복을 발견하는 지름길은
자기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현재에 충실하는 것이다.
그러면 지금 여기에서
자신만의 보물을 찾아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