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주차장에서 어떤 사람이 새치기했다.
예전 같았으면 ‘저 사람은 왜 저럴까?
이상한 사람이네’라며 얼굴을 붉혔을 것이다.
이번에는 ‘지금 많이 아프거나 나보다
더 긴급한 상황인가 보다’라는 생각이
먼저 떠올랐다.
과거에 나는 응급실을 향해 달리는
차 안에 누워 있었다.
그때 다른 사람들이 현재 내 처지와 상황을
이해해 주길 간절히 바랐다.
체력을 회복하기 전까지 몸무게는
6년 동안 30kg대였다.
너무 말라서 뼈가 다 드러났다.
한여름에 반팔을 입지 못했다.
긴팔을 입어야 했다.
또 말라 보이는 게 싫어서
여러 겹 껴입기도 했다.
더운 날에도 긴팔을 껴입는다고
이상하게 볼까 봐 걱정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내 사정과 여건을
먼저 헤아려주었으면 했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에게
타인의 이해는 큰 힘이 된다.
도움이 절실한 환경에 놓여있었을 때,
내가 받았던 작은 친절과 배려는
9년이 지나도 잊지 못한다.
여전히 나에게 큰 영향을 준다.
최인철 교수님은 책<프레임>에서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다른 사람의 행동은 그 사람의 성격이나
신념 같은 내적인 요소들로 설명하지만,
우리 자신의 행동은
상황적인 요인들로 설명한다.
진정한 지혜는 내가 나 자신의 행동을
설명하는 것과 동일한 방법으로
다른 사람의 행동을 설명하는
마음의 습관에서 나온다.
쉽고 익숙한 ‘사람 프레임’에서
불편하지만 진실일 가능성이 높은
‘상황 프레임’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우리는 타인의 행동을 해석할 때
성격적 특성은 과대평가하고
상황적 요인은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 종종 부정확한 판단을
내리곤 한다.
예를 들어 친구가 약속을 늦으면
부주의하고 게을러서 그렇다고 여긴다.
내가 늦을 때는 “차가 막히거나
비가 왔기 때문”같은 외부적 이유를 든다.
책을 꾸준히 읽으면서 달라진 점 중 하나는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다.
특히 내 삶에서 마주치는 사건과 사람을
바라보는 시각이 크게 달라졌다.
단순히 눈앞에 보이는 한 면만으로
단정 짓지 않으려 한다.
여러 가능성을 함께 본다.
사람을 대할 때 ‘내부 귀인’보다
‘외부 귀인’부터 떠올린다.
그래야 내 마음이 더 편하다.
(네이버 지식백과에 따르면)
내부 귀인은 행동의 원인을
개인의 성격, 동기, 태도에서 찾는다.
외부 귀인은 그 원인을 사회 규범,
외부 환경, 우연한 기회에서 살핀다.
사람은 주어진 상황과 맡은 역할에 따라
행동이 제약될 수 있다는 사실을
쉽게 잊는다.
‘사람 프레임’이 아닌 ‘상황 프레임’으로
상대를 바라보는 습관은
어떤 일이 벌어져도
쉽게 흥분하거나 동요하지 않고
내 마음과 감정을 지켜주었다.
행동과 말 뒤에 숨은 그 사람만의
의도나 배경을 헤아리려는 자세는
한 인간을 대하는 마음가짐을
바꾸어놓는다.
친구들을 예전만큼
자주 만나지 못한다고 느낄 때,
이렇게 생각했다.
‘마음이 멀어진 게 아니라
직장 다니고 육아하느라
지금 바쁘고 힘들겠구나’
아직 결혼과 육아를 경험하지 못했지만,
친구들의 상황을 이해하려 노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