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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일마다 뜻대로 되지 않을 때

by 박가을



“예쁜 물거품이 되어서 하늘에 계신

외할머니한테 가고 싶어.”


온몸이 찢어질 만큼 아팠을 때

엄마에게 했던 말이다.


고통으로만 가득 찬 내 몸과 마음이

투명한 물거품으로 변했으면 했다.


무겁기만 한 고통의 무게가

손끝에 닿기만 해도 터져버릴 만큼

가벼워져서 흔적 없이 사라지길 바랐다.


견딜 수 없을 만큼 슬프면

오히려 눈물이 안 나오고,

숨이 막힐 만큼 힘들면

힘들다는 말조차 할 기운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맹자(孟子)의 고자하(告子下) 편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하늘이 장차 어떤 사람에게

큰일을 맡기려 할 때는

반드시 먼저 그의 마음을 괴롭게 하고

그의 뼈마디가 꺾이는 고통을 주고

그의 배를 곯게 하고

그의 몸을 가난에 찌들게 하여

하는 일마다 뜻대로 되지 않게 만든다.

왜?

그의 마음을 분발하게 하고

참을성을 갖게 하려고.

그래서 지금까지

그가 할 수 없었던 일을

능히 해낼 수 있게 하려고."


나에게 닥친 괴로움과 슬픔을

‘인생을 더 나은 방향으로

수정하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였다.


글을 쓰면서 두 인물이 떠올랐다.


첫 번째는 안도 다다오다.


할아버지 사무실에서

버려야 할 신문을 정리하다가

세계적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인터뷰 기사를 발견했다.


곧바로 읽고, 그 부분만 찢어서

청바지 뒷주머니에 넣었다.


안도 다다오는 5개 장기를 제거하는

대수술을 두 번 받았다.


또 대학을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람들에게 무시당하며 살아왔다.


그럼에도 독학으로 건축을 배우며

자신만의 길을 묵묵히 걸었다.


세계 각지에서 건축상을 받았다.


그의 작품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삶과 공간, 자연과 인간을 연결한다.


안도 다다오의 삶과 건축은

아픔과 결핍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창조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두 번째는 넬슨 만델라다.


감옥살이 시작 후 4년 뒤에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그 이듬해 큰아들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지만,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1964년부터 1990년까지

무려 27년간 감옥에 있었다.

44세에 수감되어 71세에 풀려났다.


1994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첫 흑인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다.


넬슨 만델라는 인종차별 정책에 맞서

평생을 투쟁한 지도자다.


자신을 박해했던 정치적 적들을 용서했으며,

인종 화해와 통합 정책을 추진했다.


1993년에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오늘날까지도 화해와 용서의 상징으로

전 세계적인 존경을 받는다.


역경은 우리를 다른 차원의 길로

이끄는 계기가 된다.


고통의 무늬가 새겨지기 시작할 때부터가

‘진짜 내 인생’이었다.


어두운 밤길을 지나오며,

아픔과 시련은 내 삶의 재산이 되었다.


험난한 길 한복판에서도

‘나를 지키며 사는 법’을 배웠다.


또 가시밭 안에서도

기쁨과 함께하는 법을 터득했다.


앞으로 또 다른 힘듦이 찾아와도

고통을 불행이 아니라

행운으로 여길 것이다.


내가 힘들다고 말하자,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


“당신의 삶에 가시가 많다는 건

그만큼 아름다운 장미로

곧 피어날 거라는 징조예요.

당신은 다이아몬드가

되어가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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