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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하는 척 달콤한 유혹

by 박가을




어느 날 핸드폰이 울린다.

가까운 관계인 편이고

평소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의 전화다.


나를 위하는 척 달콤한 유혹을 제안한다.

들어보니 결국 자기 이익을 위함이다.


거절했다. 끊자마자 생각했다.

“인간은 자신의 처지가 궁지에 몰리면

일단 자기부터 살고 보겠다는 본능이 앞선다.

그러면 물불 가라지 않는구나.”


처음에는

‘저 사람은 왜 꼭 그렇게 해야만 했을까?’

이해하지 못했다.

상처도 받았다.


지금은 이것이 인간의 본성임을 잘 안다.

모든 생명은 자연의 법칙에 따라

단지 생존하려는 본능 때문에 모기처럼

다른 사람의 살을 찔러서 피를 빨아먹는다.


살아야 한다는 본능이

어떤 마음과 의지보다 더 강하다.


인간은 이성적 사고와 동물적 본능

두 가지 모두 가지고 있다.

이 두 가지에 영향을 받아서 움직이는 존재다.


우리는 이성적 사고를 통해 정신적인 삶을

추구하는 본능이 있다.

이에 못지않게 원시적이고 야만적인 본능도

발견된다.


이 두 가지 본능이 우리 안에서 차지하는 힘은

둘 다 똑같은 비율로 중요하다.


선함, 의지를 치켜세우는 만큼

야성, 본능도 무시할 수 없다.


인간은 아름답고 이성적인 존재이지만

그만큼 어리석고 불합리적인 존재이기도 하다.


인간의 마음을 제대로 이해한다는 건

늘 어렵다.


한 사람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살아온 배경, 유전적으로 타고난 점,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행동과 마음 등을

전체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사람은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어떤 상황과 조건에 있느냐에 따라 금세 바뀐다.

이 세상에는 사람을 변화시키는 요소들이 많다.


다음은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마음>에서

나오는 구절이다.


“지금 자네는 친척들 중에 이렇다 하게

나쁜 사람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지?

하지만 나쁜 사람이라는 부류가 세상에

존재한다고 생각하나?

세상에 그렇게 틀에 박은 듯한

나쁜 사람이 있을 리 없지.

평소에는 다들 착한 사람들이라네.

다들 적어도 평범한 사람들이지.

그런데 막상 어떤 일이 닥치면

갑자기 악인으로 변하니까 무서운 거네.

그래서 방심할 수 없는 거지.”


나쁜 마음을 품고 접근하려는 상대 앞에서

자신의 행동과 반응은 신중해져야 한다.


상대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조심한다.

상대의 표정과 말투, 몸짓 등을 주의 깊게 살핀다.


왜 그런 행위를 했는지,

그렇게 말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상대의 감정 이면에 진짜 속마음은 무엇인지,

어떤 걸 숨기고 있는지,

실제로 언급하고 싶은 주제는 무엇인지를

생각해 본다.


특히, 이런 상대와 대화할 때

자신의 욕망과 약점을 함부로 드러내지 않는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즉 한 사람의 욕망은 누군가의 거짓말과 속임수에

쉽게 달라붙는다.


17세기 스페인의 철학자 발타자르 그라시안은

“의도가 한눈에 파악되지 않게 하고,

다친 손가락을 보여주지 말라.

또 예측가능한 사람이 되지 말고,

자기 능력의 한계를 드러내지 말라.”라고 조언한다.


발타자르 그라시안은 책<사람을 얻는 지혜>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진짜 의도를 감추라.

카드놀이에서 패를 보여주는 사람은

패할 위험이 있다.

상대가 살쾡이처럼 알려고 할 때,

오징어처럼 생각을 숨겨야 한다.

고통을 주거나 기쁨을 주는 것은

겉으로 드러내서는 안 된다. ”


인간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불확실한 존재이다.

사람은 손바닥 뒤집히듯 쉽게 변하지만,

이걸 스스로 인정하고 표현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우리의 생각과 마음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달라진다.


어제는 ‘이렇게 해야겠다’라고 결심해 놓고

다음 날에는 ‘아니야, 저렇게 해보자’로 변한다.


우리의 기분이 오전에는 행복했다가

오후에는 우울할 때도 있다.


영원한 사랑을 약속했지만,

1년 뒤에 그 사랑을 배신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나는 소중한 가치를 변함없이 유지하려는

한결같은 마음을 예찬한다.


한결같은 사람이 되기는 어렵다.

그런 사람이 나타나면 유독 빛이 나고

특별한 존재로 느껴지는 이유다.


‘사람의 마음은 계속 바뀐다’라는

진실을 인정하면서도,

영원을 꿈꾸며 변함없는 사람이 되기 위해

애쓰고 싶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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