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겨울은 유독 춥다.
내 인생도 그만큼 날카롭다.
저체중과 식단 불균형으로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서
생리통과 여드름이 갑자기 심해졌다.
속상하다.
엄마의 실업급여는 곧 끝나간다.
‘이제 어떻게 먹고 살지?
내가 조금이라도 벌어야 하는데’라고 우려했다.
‘좋아하는 일로 먹고살 수 있을까?
지금 준비하는 일들이 잘 될까?
내년이면 내 나이도 벌써….’
이렇게 걱정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내 인생과 미래가 절망적으로 느껴졌다.
미국 우주망원경과학연구소에서 일하는
손상모 박사님 편 유퀴즈 방송을
인상 깊게 보았다.
박사님 말 중에 다음 내용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은하란, 태양 같은 별이
천억 개 이상 모인 것을 말한다.
그 ‘은하’ 수천 개가 모인 것이 ‘은하단’이다.
모래알 한 알 크기만큼 하늘에 가려지는
작은 영역 속에 엄청나게 많은 은하가 있다.”
‘지구에 사는 인간이라는 존재는
은하에서 보면 티끌 같은 존재겠구나’라고
자각했다.
어떤 사건이나 사람 때문에
지나치게 스트레스받는 게
얼마나 부질없는 일인지 깨달았다.
우울, 불안, 두려움, 무기력 같은
부정적 감정이 내 존재보다 커질 때,
바닥에 누워 눈을 감고
다음과 같이 상상했다.
현재 방에 있는 내 모습을 멀리 떨어져서
제 3자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내가 있는 공간의 범위를 조금씩 넓힌다.
우리 집에서 동네로, 지역 전체로 확대한다.
그다음 대한민국으로, 아시아로,
전 세계로 확장한다.
나를 비롯한 모든 것이 점처럼
작아진다.
더 나아가 지구로, 태양으로, 은하로
계속 범위를 늘린다.
끝내 티끌, 공(空)의 단계에 다다른다.
‘우리는 누구이고,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 이 한 가지 질문만 남는다.
고민으로 괴로울 때마다
이러한 상상을 되풀이했다.
생각보다 효과가 좋았다.
우주는 130억 년 전 빅뱅으로 탄생했다.
지구에 생명이 존재한 지는
약 37억 년 되었다.
반면 내 인생의 역사는
고작 몇십 년 남짓.
우주와 지구에 비해 한 사람의 일생은
눈으로 재기 어려울 만큼 찰나에 불과하다.
중국 당나라 시인 한산은
“백 년도 못사는 인간이
천년의 근심으로 산다.”라고 말했다.
걱정의 대부분은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거나 애초에 자신의 힘으로
바꿀 수 없는 일들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미 지나간 일을 잊지 못하고,
사소한 불안에 매달리며 살아간다.
온갖 근심거리에 정신을 바치는 동안
한 번 뿐인 지금 이 순간은 지나가 버린다.
쓸데없는 걱정에 휘말리기 전에
다음 2가지를 떠올린다.
첫째, 지금 걱정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은 평균적으로 얼마나 될까?
둘째, 이 걱정을 1년 뒤에도 똑같이 할까?
앞서 걱정해 봐야 얻을 게 하나도 없다.
작은 먼지처럼 보일 만큼
무한히 넓은 시공간 속에서 바라볼수록
삶의 무게는 가벼워진다.
엄마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앞으로의 일들을
미리 염려할 필요 없더라.
막상 닥치면 어떻게든 잘 살아져.
미리부터 걱정하지 마.
오늘만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