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4. 나에게 인정을 받는 방법

초예민자로 태어나서 세상을 사랑하기까지

by 이너위키InnerWeaki


나는 학살에 미쳐있다.

더 정확히는 비극의 역사, 그로인한 고통이 나의 인생의 온 우주였다.

말 그대로 나는 고통을 쫓아가는 사람이었다.

우리 엄마의 말을 빌리자면, '굳이 좁은 길만 선택해 가는 안쓰러운 딸'이었다.


어릴적 나의 꿈은 '전쟁을 막는 방패'였고,

나의 전공은 '국제인권법'이었으며,

나의 직업은 '난민을 돕는 일'이고,

나의 취미는 '역사의 고통에 인류의 사랑을 모으는 소설을 쓰는 것'이고,

나의 기도는 '세계에서 일어나는 전쟁을 멈춰달라'는 것이었다.


그랬기에 나의 삶은 너무나도 자명하게 고통일 수 밖에 없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행복함을 느끼는 그 찰나에 나는 죄책감을 느꼈다.


내가 이래도 될까,

지구 반대편에서는 아직도 죽어가는 이들이 있는데,

나만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걸까?


내가 저 나라에 태어났다면,

나는 아마 살아내지 못했을 텐데.

나는 저들에게 빚진 사람일 것인데.


때로는 전쟁터의 아이들이 침대 밑에서 숨죽여 떨고 있는 꿈을 꾸었고,

전쟁에 관련된 소설을 읽다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아 밖으로 뛰쳐나갔고,

아무리 노력해도 바뀌지 않는 현실이 불러온 무력감에 죽음을 곱씹기도 했다.


나의 인생은 말그대로,

가시덩굴인 것이 자명한 숲인 것을 뻔히 알면서도,

자신이 없고 두려워 다 불을 지르고 도망가버릴까 하면서도,

나를 떠미는 것이 외부의 운명일지 내면의 솟아나는 의문 덩어리인지 확신하지 못한채,

신을 벗고 바짓단을 말아 올려,

가시를 기어코 맨살로 밟아 내고야 마는,

불나방 같은 인생이었다.




나의 기쁨은 하나님의 자존심

- 이유원 목사 -



불과 가시 덤불 속에 뛰어든 나방의 날개가 타들어가듯,

나의 마음은 고통에 젖어 찢기고 너덜거렸다.

시도때도 없이 찾아오는 우울감과 죽음에의 갈망은,

세상의 허무를 너무나도 쉬이 마쉬고 취했다.


그것은 나의 신앙이자 고백이었던,

나의 하나님을 만난 경험이 선물한 강렬한 짜릿함 이후에도 어쩐지,

잊을만 한 어느 순간에 어느샌가 다시 나의 옆에 다가와 나의 숨을 빼앗아 쉬었다.


나의 어리석음과 미숙함으로 인한 불만족일 수도 있으나,

지속하는 기쁨과 행복은 존재하지 않았다.

다만 나는 인생의 비밀을 아직 발견하지 못한 것이 아닐까 하는 한줄기 희망에 기대어,

고통의 뒤를 밟았다.


그러다 문득,

이렇게 살다가 나는 결국,

내가 맞이할 말로를 예상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평생을 불행하게 살다가,

평생을 행복한 척만 하고 살다간,

인류를 위해 살았다고는 하지만 결코 나처럼은 살고 싶지 않다 말하는 사람들의 말이,

죽어서 나의 장례를 내려다보는 나조차도 이해될 것만 같은 그런 삶.


나는 노력해야 한다고 느꼈다.

내가 나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그런 삶.

내가 나의 삶은 너무도 사랑해서 다른 이에게 나누어 주고 싶어 안달난 그런 삶.

그런 삶을 살아 보아야겠다고,

어디 한번 해보자고,

그렇게 나의 신과 나를 둘러싼 세상에 큰소리쳤다.




내가 나를 인정하는 방법은

나의 니즈를 채워 주는 것.

- 최재훈 -




오늘은 보다 실용적인 접근을 소개하려고 한다.

어떻게 하면 고통과 고난이 가득한 삶을 부정하지 않고,

그 속에서 내가 나의 인정을 받을 수 있는지.


내가 나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내가 원하는 것을 들어 주어야 한다.

그 말은 즉슨 내가 무엇을 할 때 행복하고 즐거운지를 알아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나는 잘 몰라요,

라고 하는 이들은 나에게 먼저 사과를 하자.

그동안 내가 그동안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떨 때 행복을 느끼는 지 물어봐주지 않아 미안해 라고.

하지만 걱정할 것이 없다.

세상엔 이미 수 많은 훌륭한 어른들,

세상의 수 많은 좋은 것들을 즐기며 '이런 것이 좋았다'고 말하는 멋진 이들이 많기에.


개인적으로 이때 나는 훌륭한 사람들을 본보기로 삼으라고 말하고 싶다.

세상의 고통 속에서 빛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들.

그들의 삶의 빛을 흡수하라고.

여둘톡 팟캐스트를 들으며 작가들이 소개하는 좋은 것들을 누리는 식의.

의심과 두려움은 좀 치워놓고,

해보지 않았던 것들이라도 한번 달려들어 흡수해 보자.


그들의 좋은 것을 따라하다 보면,

나도 이런 것을 좋아했구나, 아니 나는 이건 잘 맞지 않았네,

그렇게 나의 경험을 쌓아가게 된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것이다.

남에게 보이기 위해 하는 것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

외부의 인정, 물질적 보상, 효용가치를 바라지 말라는 것.


누가 보지 않아도,

그 기쁨과 즐거움을 나만 알지라도,

내가 그것을 할 때 즐겁고 행복하다면,

오직 나를 위해 하라는 것.

그것이 진정한 '나에게 인정을 받는 법'의 핵심이다.


자,

그러면 이제 할 일은,

서점의 딸려있는 예쁜 문구점이나 인터넷으로 내 마음에 쏙 드는 수첩을 사는 것이다.

(가능하면 줄이 그어진 수첩으로)


그 다음에는 세 가지의 카테고리를 두고 마인드맵 그려 보자.

'나의 니즈'라는 글자를 정 중앙에 적어 놓고,

그 글자를 감싸는 원을 그린다. 최대한 글자와 밀착해서.

그리고 원 주위에 세 개의 글자를 서로 떨어트려 적는다.

인간관계, 나의 가치, 나의 열망(나의 열망이 가장 써야 할 내용이 많으므로 공간을 많이 확보하자).


이제부터 맛있는 커피나 차를 한 잔 내리고,

여유롭게 카페나 집의 탁자에 앉아 생각을 해보는 시간이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인간관계에는 두 개의 가지를 뻗어나간다.

하나는, 함께 있으면 나를 편안하게 하는 나의 사람들의 이름을 적는다.

나의 부모일수도, 친구일수도, 직장 동료일수도 있는 이들의 이름을 하나씩 적는다.

또 다른 하나는, 내가 단단해지면 사랑을 흘려보내야 하는 사람들의 이름을 적는다.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일수도, 내가 안쓰럽게 생각하여 품어주고 싶은 사람일 수도 있다.

물론 행복해지고자 하는 지금의 단계에서는 이들의 이름은 그저 적어두기만 할 것이다.


나의 가치에는 내가 추구하는 모습, 어떻게 살고자 하는, 어떤 모습이 되고자 하는 나의 가치를 적는다.

구체적인 것보다는 추상적인 것이 좋다.

예를 들면, 사랑으로 가득 차오른 삶, 빈곤을 겪지 않아도 될 만큼 풍요롭고 여유로운 삶 등.

내가 원하는 가치를 추상적으로 적어 본다.

이역시 당장에는 적어두기만 할 것이다.


마지막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는 이 단계를 바로 행할 것이다.

나의 열망.

여기에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셀 수 없이 나열하자.

세세하게 구체적일 필요는 없다. 그 작업은 뒤에 가서 할 것이니까.

나의 경우에는 이렇게 썼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파티하듯 살기,

사람이 드문 자연 속에서 살기,

평생 소설쓰며 살기,

세계를 돌아다니며 다양한 문화를 흡수하기,

평생 발레하기,

책, 소설, 음악 여행 떠나기. 혼자.,

예술을 통해 감명받는 삶,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회복하는 삶,

나를 더 잘 이해하는 삶,

인생 이야기 듣기...등등.


나는 지금도 리스트를 추가해 나가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나씩 채워 나갈수록,

그 지변이 계속 넓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대략적으로 마인드맵을 하고 나면,

한 페이지를 넘긴다.

이제는 페이지 한 쪽당 앞에서 나열한 리스트를 하나씩 맨 상단에 제목처럼 써 넣는다.

1p - 나의 인간관계

2p - 나의 가치(가치가 여러개라면, 한 쪽에 하나씩 분리해서 쓰자)

3p - 사람이 드문 자연 속에서 살기,

4p -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파티하듯 살기,

등등


페이지들을 쭉 구성했다면,

이제는 페이지를 채워나가면 된다.

이제부터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할지 적는다.

나는 '예술을 통해 감명받는 삶'의 페이지를 이렇게 구성했다.

1. 초여름밤에 야외 극장에서 영화 보기

2. 발레 공연 보러가기

3. 심규선 언니 콘서트 보러 가기

4. 북토크(좋아하는 작가의) 참석하기

5.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c단조 Op. 18 1악장 오케스트라 공연 보러가기

6. 좋아하는 클래식 LP판과 LP 기계 사서 듣기


이런 식으로 모든 페이지에 세부 내용을 채워간다.

모두 채울 필요는 없다.

사람은 계속해서 하고 싶은 일들이 변해 나가기 때문에,

우리는 앞으로도 새로운 페이지를 계속 추가할 것이고,

좋아하는 구체적인 활동들을 페이지에 덧붙여 나갈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생각나는 것들만 적어 놓으면 된다.

진짜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으로.


그리고 정말 중요한 것.

이게 가장 중요하다.

이것을 하지 않으면 이 활동을 하는 의미 자체가 없다.


하루에 하나의 행동은 무조건 하기

우리는 앞으로 하루에 무조건 나에게 인정받기 위한 행동 하나는 해야 한다.

그것도 아침에, 우리의 정신이 우울에 젖어들기 전,

우리는 오늘 어떤 인정을 받을 것일지를 생각하며 계획해야 한다.


오늘은 회사를 끝나고 '야외 극장에서 영화를 봐야지' 미리 계획하고,

그 하루를 그 들뜬 마음으로 행복하게 보내는 것이다.

즐겁고 감사하게.

그리고 실천하는 것이다.

예매를 하고, 영화를 보러갈 때 입을 옷을 준비하고, 영화를 보며 먹을 간식을 고민하면서.


그리고 영화를 보고 난 후에는,

수첩에 적어둔 활동 옆에 오늘의 날짜를 적고 체크 표시를 해보자.

오늘 나는 나에게 인정을 받았다고 인정하는 그 순간,

우리는 그렇게 우리의 지변을 넓히고 나의 삶을 사랑하게 될 것이다.


또 가끔씩 인간관계에 적어 놓은,

나를 편안하게 해주는 사람들 목록에서 한 명을 랜덤으로 골라,

작은 선물이나 기프티콘에 응원 메시지를 담아 보내는 것이다.

"나를 사랑해줘서 고마워,

나도 너를 사랑해줄게." 라고.


무엇을 바라지 않고 사랑을 전할 때,

나는 이렇게 조건없는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이구나 하고,

다시 한번 나에게 인정을 받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런 순간들이 쌓이면 그런 때가 찾아온다.

인생이 풍요로워지고 행복이 가득 차올랐을 때.

이 넘쳐 흐르는 사랑이 나를 그득하게 채울 때.


그 때는 인간관계 리스트 중 내가 품어야 하는 사람들의 리스트와 나의 가치 리스트로 옮겨간다.

마음의 여유가 없을 때는 감당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이들과 힘겹게 이루어야 하는 나의 가치를 하나 골라,

가득해진 힘으로 한번 힘껏 품어본다.

나의 넘쳐 오른 사랑으로 부딪혀 본다.


그렇게 성장으로 나아가자.

지치고 힘이 들 때면 다시 나를 채우는 리스트로 돌아와 나를 인정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나의 인생을 충만하게 채워가며,

다시 한번 나를 열정적으로 끌어안으며 나를 사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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