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마음은, 그들과 함께 무너져 내렸다.

25. 11. 23. 일요일 D+22

by 흩날림문고


미리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았다.

나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친구의 선물.


신기하게도,

2년 전 지금 집필하는 소설을 구상하던 순간부터,

우연히, 어쩌면 철저한 계획 아래,

팔레스타인은 내게 흘러 들어왔다.


2년 전에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을,

성전이라 일컫던 교회를

예배 도중 박차고 나오던 일이 그랬다.


1년 전에는,

겪어 보지 않았기에,

아무리 책을 읽어도 도통 이미지가 그려지지 않아,

소설을 쓰기 망설여졌던 내게,

우연히 떠난 혼자만의 여행에서,

게스트 하우스 사장님이 데려다 주신 서점 선반 위,

가자지구 비망록 만화책을 발견했던 순간이 그러했다.


그리고 올해,

친구들과 비밀리에 한 사람을 지정해

시크릿 산타를 하기로 했고,

나의 산타는 팔레스타인인들이 쓴 시집을

선물로 주었다.


기적과도 같은 순간들.

"당신이 난민을 바라보는 시선을 내게도 주세요"라고,

간절히 기도했던 순간이 떠올랐다.


시집을 펼쳐,

첫 구절을 읽는 순간,

나는 목을 놓아 울고 말았다.


소설을 써야 한다는 강박,

그들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 놓고,

그들의 마음을 가져왔다.

나의 마음도 그들과 함께 무너져내렸다.




그런 기도를 드렸다.

천국이 프랑스처럼 생기게 해주세요.


오래도록,

곰팡이 냄새가 어느새 익숙해져 버린,

나의 묵어버린 꿈. 프랑스.


제국주의의 산물을 끔찍해하면서도,

동경하는 마음을 저버릴 수 없었다.


책을 써서,

부자가 된다면,

프랑스에 가서 살아보리라.

여유롭게 글쓰고 차를 마시겠다.


공감을 하지 못한다,

남을 가리키던 손가락은 나를 지목했다.


나는 기도했다.

부모님의 마지막 순간보다 하루 더 살겠다고.


기다림 끝에 삭아버린 나의 꿈은,

천국에서 아무런 죄책감 없이 누리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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