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굴 너머엔 또 가을이 오겠지

25. 11. 15. 토요일 D+20

by 흩날림문고




내가 좋아하는 타르틴을,

야근 때문에 해 먹지 못한다는 것이,

못내 한스러워,

결국 나는 선택했다.

부엌을 회사로 가져오겠다고.


빵에 재료를 올리기만 하면 되는,

비교적 간단한 요리였기에,

뚝딱 해치웠다.


상황에 나를 욱여넣지 않고,

그 속에서 나의 개미굴을 파자.


이젠 그럴 마음이 드는 것조차 감사하다.




가을이 피었다.


가을에 태어나서일까.

선선한 바람에 주저 없이 몸을 맡기는 낙엽들이 대견하다.


나는 지금 어떤 곳을 바라보며 가야 할지,

누구를 위한 마음을 품어야 하는지,

나는 무엇을 잘하는지,

눈치조차 채지 못했다.


그러나,

고대하던 가을이 왔다.


내게도 곧 꿈같은 계절이 오겠지.

내가 하는 일과 순간의 모든 시간들을,

온전히 사랑하고,

사랑하고 있음을 매 순간 인지하는,

그런 날들이 오리라.

그렇게 믿기로 했다.




치킨을 뜯고 닭죽을 먹으며,

남자친구와 나는 내리 토론을 벌였다.


국가를 사랑하는 남자친구와,

국가 너머의 인류를 사랑하는 나.


우리는 참 많이 다르고,

좁혀지지 않는 세계를 품어 왔지만,

그럼에도 서로 사랑하기로 했다.


사랑은 우리 사이에 놓인 거리를,

결코 좁히려 들지 않는다.


서로를 견딜 때,

서로를 있는 그대로 놓아줄 때,

다름은 내게 칼과 창을 빼들지 않는다.


다름은 그냥 그대로 머물러 있다.

그와 나는 그렇게 머물러 있다.

상처도 아픔도 남기지 않은 채.

적절한 거리를 두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