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11. 2. D+19 일요일
언제부터 있었을지 모를,
오랫동안 붙어 있었던 것 같은,
낡디 낡은 메시지.
누구의 것인지는 모르나,
힘든 순간 위로가 된다.
나의 인생을 통틀어,
말하고 싶은 한 가지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이것.
“동방도 서방도 나의 것이다”
어쩌면 ”사랑하라 “
나는 지금 침묵하고 있다.
내가 해야 할 말이 무엇인지 알고 있으면서.
나는 과연 언제까지 참을 수 있을까.
우울증이 다시 도졌다.
그분의 뜻도 알 수 없고,
너무도 복잡한 세상 속에,
나의 존재감은 너무도 작았다.
대의라는 거대한 말들 아래,
어쩌면 나는 그저 감당할 수 없었는지 모른다.
나만이 잘났다 외치는 말들 속에,
너무도 다른 이해 가운데,
모두의 말들을 이해하면서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한 장의 종이에 지나지 않을 보고서들이,
결국엔 하나의 인생임을,
설령 그것이 거짓말일지언정,
나는 짓밟고 그 위에 나를 세울 수 없었다.
일 년만 버티라는 말들이,
일 년간 내 발 밑으로 쌓아 올릴 인생들이라는 생각을 하니,
하루, 하루를 살아내는 것이 버거워진다.
한숨이 차오르다 멎어 버리길 원했다.
한숨조차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속이 문드러진다는 게 이런 것일까,
요새는 자꾸 눈물이 흐른다.
내가 걸어가는 길이 과연 누구를 위한 길인가.
내가 집필하는 소설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을,
결코 삶으로는 살아내지 못하는 내가,
무얼 말할 자격이 있나.
하루에도 수십 번,
퇴사를 고민한다.
올해 연말까지만 어떻게 안 될까,
나를 설득하는 다른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저번 주,
밤 12시, 10시 연이어 야근을 하자,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
심장이 죄여 왔다.
글을 쓸 시간도 없고,
심지어 밥 차릴 힘도 없어 라면으로 때웠다.
설령 시간이 나더라도,
무기력함에 널브러져,
울고 원망하기 바빴다.
그러나 또,
남자친구의 얼굴을 보며,
친구들의 웃는 얼굴을 보며,
간간히 버티어 내고 있다.
그러나 문득,
나는 왜 그분께 내 숨을 거두어달라고는 하면서,
막상 모든 걸 내려놓고 도망갈 생각은 하지 못하나.
왜 가난한 작가의 길을 걸어갈 용기는 내지 못할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지금 나는 선택의 순간에 와 있는지도 모른다.
모두가 돈 잘 벌고 안정적이라고 외치는,
맞지 않는 옷을 벗어야 하는 그런 순간.
그분의 부르심은 어쩌면,
이제는 더는 작가로서 하고자 하는 말을,
생계라는 이유로,
아직은 준비가 덜 됐다는 핑계로,
회피하지 않도록,
내가 삼키지 못해 토해낼 때까지,
밀어붙이신 건 아닐까.
내 착각일 수도,
처음부터 모든 것은 나의 오판이었을지 모를,
서울의 여정 속에,
나는 선택의 순간이 다가왔음을 느낀다.
그는 모든 것을 바꿔 나를 머물게 하실까,
아니면 결국 버티는 선택을 하게 될까.
그것도 아닌,
여태 가보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설까.
나는 정말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