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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회사엔 왜 들어간 겁니까?

직업의 이면

그 회사엔 왜 들어간 겁니까?          


20대 후반의 얼굴이었다. 졸업은 1년 전쯤 했는데, 그의 이력서를 무심코 본 순간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달랑 한 회사, 그것도 3개월쯤 다니다 퇴사한 회사의 기록이었다.     

“졸업하고 1년이 넘은 것 같은데 여기 회사 3개월만 다녔어요?”라는 물음에 잠시 망설이던 그가 답했다.

“실은 몇 곳의 회사를 다녔는데 모두 너무 짧게 다녀서 기록할 수가 없었어요.”     


나중에 확인을 해보니 그가 1년여의 시간 동안 다닌 회사는 모두 7곳,  다만, 그의 이력서가 달랑 한 줄의 회사로 남을 수밖에 없었던 것은 모두가 3개월 이내로 다녔고, 채 한 달도 다니지 못한 회사도 있었다.     

퇴사의 이유를 물어보니 다양했다. 어떤 회사는 대표가 성격이 나빠서, 다른 회사는 근무환경이 너무 열악해서, 혹은 급여가 너무 낮거나 같이 일하는 사람이 힘들게 해서 등등...

모든 회사를 그만 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그래서 다시 물었다.

“그럼 그 회사들은 왜 들어가신 거에요?” 

그는 말을 하지 못했다. 안다. 대부분 우리는 20대에 회사를 지원할 때 큰 회사는 조건을 보고 들어가는 경우가 많고, 작은 회사는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그러나 아는 것과 그것이 옳은가의 문제는 다르다. 그는 꽤 오랜 시간 노력을 했겠지만, ‘이력서에 한 줄조차 기재할 수 없는’ 경력의 결과로만 남아 온전히 그가 책임질 문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어려운 이야기지만, 혹시 이글을 읽는 청춘들이 있다면 당부하고 싶다. 

우리에겐 회사를 떠나는 이유만큼 들어가는 이유도 필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나는 이 회사를 이런 이유로 선택했고, 여기에서 무엇을 얻고 싶다’는 생각은 쉬운 것이 아니다. 그러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충분한 조사와 검토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보통 청년들에겐 ‘입사의 이유’라는 건 딴 나라 이야기가 된다.


입사의 이유가 왜 필요할까? 그냥 눈에 띄어 그 회사에 들어가는 것과 입사의 이유를 알고 들어가는 것의 차이는 뭘까?     

간단히 비유해보면, 목적이 있는 행군과 목적이 없는 행군의 차이나 마찬가지다. 

당연히 어려운 순간에 견디는 힘이 확연히 차이가 난다. 어디까지 가서 무엇을 얻을지 알면 지금의 이 고난도 이유 있는, 그리고 끝이 있는 과정의 하나가 된다. 그런데 그런 목적이 없다면 지금의 고생은 무엇을 위해서인지, 혹은 언제 끝날지 알 수 조차 없는 고통이 되는 것이다.


적어도 자신에겐 왜 이 회사를 선택했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회사도 마찬가지다. 견딜 수 있는 힘은 명백한 목적과 방향성에서 나온다. 

솔직히 말하자. 이제 맹목적인 충성으로 그 조직에서의 승진에 목숨을 거는 청년세대는 아니지 않는가.     


그러니 어딘가에 들어갈 때는 입사의 이유를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단순히 돈만이라면 그것대로 의미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이상을 바라볼 수 있을 때, 젊은 직장인의 회사생활은 훨씬 명확한 삶의 진전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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