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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직업이 계층화
되고 있다

코로나 직업 4계급론에 대해

코로나 시대, 직업이 계층화되고 있다     


미국 노동부장관을 지냈던 로버트 라이시는 2020년 4월 영국 가디언지 기고문 ‘코로나19의 대유행은 새로운 계급의 분열과 그 안의 불평등을 조명한다’는 칼럼에서 코로나 상황이 직업을 4개의 계급으로 나누었음을 피력했다.     


그 첫 번째는 ‘원격근무가 가능한 노동자(The Remotes)’들로 관리 및 기술인력을 말한다. 

이들은 현 상황에서도 별 어려움이 없다. 마스크를 쓰며 일상은 변했겠지만, 재택으로 수시로 전환해 일하며, 적은 감염의 위험 속에 수입은 여전하다. 아니 일을 잃거나 수입의 손실을 받은 사람에 비하면 [상대적 격상]의 느낌마저 든다.     


두 번째는 ‘필수업무 노동자(The Essentials)’들로서 의사·간호사, 농장 노동자, 음식 배달업자, 트럭 등의 운수 노동자, 위생 관련 노동자, 경찰관·소방관·군인 등으로 일을 지속하는데는 아무 문제가 없으나 감염 위험이 높은 사람들을 꼽았다.

이들은 아마도 나름의 고민들(예컨대, 의료인력의 심리적 트라우마 같은)은 있겠으나 ‘일이 없어서’ 생길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세 번째는 ‘임금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The Unpaid)’로서 대면이 많은 소매점, 식당, 제조업 노동자 등을 일컫는데 이들은 주로 코로나로 인해 급여에 손실을 보거나 자신의 일에서 밀려난 사람들이다

개인의 잘못이라 하기 힘든 상황에 ‘제대로’ 타격을 받은 사람들로 첫 번째나 두 번째와 비교하면 고민의 질 자체가 다른 영역에 속해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아직은 실업급여 속에, 혹은 다른 지원금 등을 통해 버티고는 있지만 언제든 우리나라의 경제적 문제상황의 뇌관이 될 수 있는 사람들인 셈이다.      


네 번째는 ‘잊혀진 노동자(The Forgotten)’로서 감옥, 이주민 수용소, 노숙인 시설 등에 있는 사람을 말한다. 일도 없고, 관심도 받지 못하는데 감염 위험은 높은 사람들이다.

개인적으로는 요양 관련 시설에 머무르는 분들도 자식들에게 잊혀졌다면 이런 부류에 속하지 않을까 싶다.    


  

이미 이전 글(직업격차의 시대)에서도 설명했듯이 우리나라에서도 직업의 격차는 벌어지고 있다. 특히 재택/비대면이 가능한 직무와 그렇지 않은 직무, 그리고 필수적이거나 혹은 고용 안정성이 높은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의 차이는 상당 수준 차이를 만들어내고 있고, 앞으로도 만들어질 것이다. 자영업 쪽은 이미 이 흐름에 휘말려서 계급이 나뉘어지고 있다. 자영업도 코로나로 모두가 타격을 입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IT기반이나 온라인 베이스 쪽은 매출이 늘어난 곳도 다수 있다.


문제는 개인의 잘못으로 치부하기 어려운 현 상황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나락으로 굴러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늘 변화는 취약한 사람들을 먼저 공격한다. 부자들은 필연적으로 더 부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 이때, 꽤 많은 사람들이 (조금은 애매한) 중산층이란 계층을 이탈해 아래로 떨어지고 있다.

일시 휴직자나 확연히 수입이 줄어든 사람들, 혹은 아예 벌써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은 예전 같은 수준으로의 복귀에 상당한 고생을 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경기가 나아져 다시 일자리가 나온다 해도 한번 이탈한 인력들이 그 자리로 되돌아가는 것은 거의 어렵다. 

기업은 이 기회를 빌어 중,장년 세대를 내보내고, 정작 채용은
젊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뽑을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의 대표나 관리자급에서는 이미 이런 생각도 일부 있는 것 같다.

‘순차 재택근무를 해보니 처음에는 안 될 것 같았는데, 문제없이 돌아가더라. 굳이 지금처럼 많은 인원을 고용하고 그 비싼 사무실을 임대할 필요가 있을까?’

무서운 이야기지만, 기업들의 구조조정은 좀 더 활발해질 여지가 크다. 업계 사정에 밝은 사람들은 알겠지만 이미 지난 몇 년간 전혀 구조조정을 하지 못한 기업들이 꽤 많기 때문이다.     


어찌 됐든 코로나는 엉뚱하게도 또 다시 수많은 사람들간의 차이를 벌리고 말았다. 언택트 시대의 흐름에 보조를 맞출 수 있는 일자리와 그렇지 않은 일자리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더 차이를 만들 것이다. 

코로나의 완전 종식이 사실상 어려워진 상황이라면 앞으로 전략적으로 잘 대응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차이는 더 벌어질 것이다. 생각보다 깊은 고민과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의미다.     


시대적 흐름, 개인의 상황, 주변 지원군, 이미 갖춰진 기반 등 다양한 요소들을 결합시켜 자신만의 최적화된 대안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방향은 명확하다. 

‘지금 내 일을 더 좋은 상황으로 가져가기 위해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개인들은 이런 질문을 끊임없이 해야 하고 답을 꾸준히 만들어야 한다. 어쩌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야말로 이 시대 직장인들의 직업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진정한 백신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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