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의 이면
2020년은 코로나의 해기도 했지만 재테크의 해기도 했다. 특히나 수많은 일반인들이 잠시나마 자신의 투자실력에 놀라며(?) 혜택을 누린 시기이기도 했다.
그 때문이었을까? 청년들의 영끌, 빚투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오고 그 열기는 2021년까지도 이어졌다.
물론 21년 이후의 부실한 투자성과(부동산 분야는 아직은 결론내기 이르지만)는 잘 아실 것이다. 적어도 주식에선 자신의 재테크 역량이 그다지 신뢰할만한 지속성이 없음을 대다수는 확인했을 것이다.(작년 이후 "나 얼마 벌었다"며 계좌를 보여주는 이들이 거의 없다)
사실 재테크가 수많은 사람들에게 열기를 심어주는 대표적인 이유는
‘설렘’이 아닐까란 생각을 했다.
마치 도박을 할 때와 같이 주식투자(여기서는 즉각 결과가 나오는 단기투자)시에도 도파민이란 호르몬이 분비되어 쾌감을 조장하는데 여기에 중독되면 도박중독이란 질병과 다를 게 별로 없어진다. 무엇이든 빠르게 얻어지는 것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이다.
20대부터 60대, 혹은 그 이상의 연령대까지 모두가 재테크의 열풍이다. 한국이 돈이 없으면 얼마나 살기 어려운 곳인지를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하지만...그런데 과연 이게 맞기는 한 방향일까?
그냥 남들 다 하는데 나만 안하면 벼락거지가 될 것 같은 불안감에 ‘거름지고 장에 가는’ 상황은 아닐까?
나는 돈을 모으는 방법에서 가장 기본이 되야 하는 것이 근로소득이란, 어쩌면 아주 단순하고도 확고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물론 단기간에 큰돈을 번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부러운 것이 사실이지만,
아무리 봐도 그런 케이스가 일반화될 가능성은 없다.
그나마도 단기간에 큰돈을 벌려면 기본적으로 종자돈 자체가 커야 하는데...부모님이 물려주시는 것이 아니라면 누가 그런 돈을 미리, 그것도 충분히 만들어 놓을 수 있겠는가 말이다.
20대, 30대는 영끌, 빚투보다 자신의 일에 먼저 투자해야 한다. 이것이 상식적이다. 하기야 누군가는 ‘상식적인 생각’으로 어떻게 돈을 버느냐고 묻겠지만, 너무 많은 사람들이 비상식적인 ‘일부 성공 스토리’에 꽂혀서, 훨씬 많은 케이스의 ‘비상식이 몰고 온 파탄’을 돌아보지 않는 것은 위험해 보인다.
단적인 예로 2020년 내 주변에서 그렇게들 자랑하던 투자 성공 스토리가 2021년 이후로는 들리지 않는다.(부동산은 제외하자. 부동산은 몇 년전에 사놓은 경우가 많고 최근까지 올랐으니 예외일지도 모른다. 물론 이것 역시 지속될지는 모르지만)
결정적으로 내가 재테크가 찝찝한 또 하나의 이유는,
그렇게 큰 수익을 한 번이라도 내 본 사람들은 흔히 ‘일해서 버는 돈’이
우스워 보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이사 한 번으로, 혹은 주식투자 한 방으로 큰 수익을 낸 이들은 그 재미에 푹 빠져든다. 내 일로 벌어들이는 일당을 보면 마치 코 묻은 푼돈 같기도 할 것이다. 그러니 더 더욱 투자에만 신경쓰고 일은 뒷전이 된다.
일은 자기를 소홀히 하는 사람을 보호해 주지 않는 속성이 있다. 만약 그 운좋았던 투자수익이 지속되지 않으면 재테크도 일도 모두 망가지고 만다.
결론은 명확하다. 종자돈이란 좋은 디딤돌을 만들기 위해서도, 기초가 탄탄한 재무건전성을 위해서도, 혹은 오래 일하는 것을 통해 삶의 다양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도(늦은 나이까지 일하는 것을 불행이라고 본다면 할 말은 없다. 그러나 현장에서 보기엔 ‘과한 노동강도만 아니면’ 늦은 나이에 일하는 것은 혜택에 가깝다) 직(職)테크가 우선이다.
몇 년간 내 목표는 연수익률 5~10%의 투자수익률이었다. 그러나 짧지 않은 고민과 주변 사례들을 통해 이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배웠다. 개인들에게 투자는 충분한 시간이 담보되지 않으면 오히려 마이너스가 더 가까운 지표일지도 모른다.
자신의 전문성을 높이고,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우는 직(職)테크에는 거의 실패가 없다. 실패 없는 안전한, 그리고 건강한 투자와 예외적인 상황을 노리는 극단적 투자, 선택지는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조바심 내지 말자. 조급해서 얻을 수 있는 건 ‘실수’ 외엔 별로 없다. 조금만 길게 보면 무엇이 우선인지 답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