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후에도 괜찮을 장수직업?
직업의 미래
(이 글은 몇 년 전에 제가 썼던 글입니다만, 갑자기 마음이 동해서 일부를 수정해 다시 올려봅니다)
50년 후에도 괜찮은 장수직업?
며칠 전 강의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전화를 받았습니다.
모 신문사의 기자라는 분이 “지금의 청년들에게 들려주려고 하는데 그들이 70대가 되어도 할 수 있는 미래의 직업이 무엇인지?” 묻더군요.
요즘 계속되는 강의에 피곤했던 탓인지, 저도 모르게 ‘툭’하고 쏟아진 말은 “그런 거 없는데요.” 였습니다.
기자분도 당황하셨는지 대화가 겉돌았습니다.
어떤 질문에 답이 막혀보긴 오랜만이었는데, 아무래도 ‘저쪽의 요구(간단한 미래의 직업에 대한 안내)와 제 답변(지나치게 깊이 들어가는 경향이 있는)’이 잘 매치가 안 될 것 같아 다른 분을 구해보시도록 당부를 드리고 끊었습니다.
그런데 내내 그 질문이 머리를 간지럽힙니다. ‘너, 그래도 전문가라고 칭하는 놈이 너무 무책임한 것 아니냐?’라는 생각도 들고, 또 한편으로는 ‘선택만으로 지금부터 50년 후에도 유지되는 직업이 가능하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생각도 밀려왔습니다.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 질문에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요즘 같은 시대에 한 번의 선택으로 50년을 지탱해 줄 직업이 있느냐?’는 반감 같은 것이 들었나 봅니다. 생각해보면 그냥 ‘그래도 유망할 가능성이 있는 미래의 직업’을 대강 불러드렸으면 됐을 텐데.... 그날따라 사고가 좀 까칠했었나 봅니다.
어쨌든 내내 그 생각으로 머리를 괴롭히기에 몇 가지 생각으로 정리를 해봤습니다.
첫째, 첨단영역은 너무나 당연하게도 지속적으로 사람이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단 예전처럼 많은 인원을 필요로 하진 않겠지만....대표적인 영역이 인공지능, 메타버스, 우주항공, 바이오, 에코, 나노기술 같은 것들이겠지요.
둘째, 기계화가 진행될수록 사람의 인간다움에 대한 갈증은 심해질 가능성이 큽니다. 마치 우리가 훨씬 편리하고 잘살게 된 환경에서도 옛날의 인간적 감성을 그리워하듯이... 이런 부분은 인공지능 로봇이 훨씬 일상화될 미래에서도 더 감성지향적이 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사람의 감성을 다루는 영역, 심리상담사, 놀이전문가, 종교관련직, 복지나 큐레이터 등의 예술 관련직은 그때에도 꾸준히 필요성을 만들 것 같습니다. 이 영역들은 인공지능화가 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란 예측이 있습니다.(이 예측을 간절히 믿고 싶습니다...ㅜㅜ)
셋째, 우리가 흔히 제3섹터라 부르는 사회경제적 영역이 앞으로 좀 더 커지지 않을까 합니다. 자본주의는 그 자체로 일종의 부작용을 만들게 되고, 현실적으로 충분한 복지가 정책적으로 주어지지 않을 때 생각할 수 있는 대안이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사회적 기업이나 최근 활성화되고 있는 협동조합, 마을기업 같은 것들이겠지요. 아, 물론 협동조합은 95% 이상이 일반협동조합(사실상 기업과 유사)이긴 합니다만...
뭐 이런 식의 결론은 내봅니다만 시원치가 않습니다. 너무 당연한 귀결인 것 같기도 하고...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가장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는 것은,
앞으로의 모든 직업은 그 자체로서 살아남는 게 아니라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시대의 변화에 따라 모습을 바꿔갈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저는 간호사란 직업이 오래 살아남을 것이라 봅니다만(이유는 기술적인 부분은 컴퓨터가 해도, 사람을 보살피는 것은 사람이 해야 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간호사와 50년 후 미래의 직업인 간호사는 아주 다른 방식으로 일을 하게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결국은 자신의 직업을 시대에 맞춰 끊임없이 보완하고 조정하는 역량이 이제 직업인에게 중요한 시대가 된 것입니다. 특히 앞으로 한 동안의 시대는 인간과 기계가 발맞추어 가는 시대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 과정을 잘 풀어내는 사람은 여전히 직업에서 살아남을 것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엉뚱한 생각이 하나 듭니다....50년 후, 저는 그 미래를 볼 수 있을까요?
하긴 볼 수 있어도 고민이긴 하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