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의 이면
얼마 전 딸아이와 떡볶이를 먹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집으로 오는 중에 들었던 이야기 한 토막.
고등학생인 딸과 빙수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자신은 과일이 잔뜩 들어간 빙수를 먹고 싶다는 말을 하는 것을 들었다.
아빠가 종종 사주지 않았느냐는 말에 딸의 대답은 아빠는 늘 과일이 조금 들어간 빙수(옛날 스타일 팥빙수)만을 사줬다며 어릴 때는 과일이 잔뜩 들어간 팥빙수를 먹고 싶었음을 얘기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돼서 또 물었다.
“아빠가 과일이 잔뜩 들어간 팥빙수를 먹고 싶다고 얘기했으면 안 사주지는 않았을 텐데 왜 말 안 했어?”
그러자 딸의 입에서 나온 생각지도 못했던 대답.
“아빠, 그때 내가 초등학교 3~4학년 쯤이었는데 그때 갑자기 아빠가 매일 나가던 회사를 안 나가더라고. 어떤 날은 잠깐 나갔다가 금방 다시 들어오고...아르바이트라도 하나 싶었지.”
“내가 프리랜서 일을 하는 것에 대해 설명을 안 해줬었니?”
“그건 잘 기억이 안 나지만...내가 그때 프리랜서란 개념을 알기엔 좀 힘들지 않았을까? 하여튼 그게 신경이 쓰여서 뭘 사 달라는 말을 못 했지.”
한번도 생각을 하지 못했던 이야기였다. 프리랜서가 되고 나서 늘 가족의 생계 때문에 신경이 곤두서 있었고, 나만 마음고생을 하며 그 시련의 시기를 지나왔다고 생각했는데...그 어린 시절의 초등학생 아이도 함께 걱정을 했었나 보다.
세상이 이렇다. 나만 고생하며 살아가는 것이 아닌데...우리는 자주 주변에서 함께 있는 사람들의 입장을 제대로 고려치 않고 단순화해 버린다. 그 속내를 들여다볼 수 있으면 내 스스로의 마음고생도 좀 덜고, 나와 함께 하는 이들에게 감사한 마음도 더 생기지 않았을까?
더 추워지기 전에 과일이 잔뜩 들어간 팥빙수를 딸아이와 함께 먹으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