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사소함들에 대하여
간혹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갈 때도 있다.
그럴 때 학생들, 그중에서도 고등학생들은 수업을 들으면서 여실히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좋은 것으로든, 나쁜 것으로든...
강의를 듣는 태도야 별 것도 아닐 것 같은데...참 신기한 것은 그렇게 봤던 강의시간의 모습이 실은 그 학생의 많은 부분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나는 미래를 기대할만한 좋은 자원입니다’라는 말이 맞는지를 강의에서의 태도만 봐도 얼추 알 수 있다는 얘기다.
학생들만 그럴까? 강의를 하는 강사도 마찬가지다. 그 사람의 강의 모습이 상당부분 연출된 것일 수는 있지만, 역시 한 시간 정도의 강의만 들어도 그 사람에 대한 느낌이 손에 닿을 듯 다가온다.
우리는 모두 그렇게 티를 내며 산다. 직장에서도, 일상에서도...
인간성, 혹은 성공 가능성 등이 모두 그렇지만, 이런 사소한 장면들은 잘 눈여겨보면 현재의 상태도 살짝 가늠케 해주는 면이 있다.
내 경우는 일단 일이 바쁘고, 힘들어지면 글쓰는 횟수가 눈에 띄게 준다. 블로그의 지난 포스팅을 보니 한 달도 전이다. 그만큼 바빴다는 얘기지만, 그만큼 최근의 일상이 통제되지 않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내 책상 주변의 널브러진 사물들을 봐도 마찬가지다. 그 짧은 단면이 내 현재 상태나 심사를, 혹은 일상을 표현해준다. 내 어지러운 책상을 보면 그만큼 요즘 어지러운 내가 보인다.
삶이 그렇다. 일시적인 모습이라도 때로 치부하고 별일 아닌 듯, 혹은 예전 서태지 노래의 가사처럼 ‘지금까지 내 모습은 진짜가 아니라고’ 스스로에게, 남들에게 말하지만,
우리는 매번, 매시간 내 모습과 행동을 통해 ‘나는 이런 사람이야’라고
외치고 있는 셈이다.
아무래도....오늘은 집에 가면 책상이라도 좀 치워야 할까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