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의 이면
23년 10월 어느 날, 아내가 자진퇴사에 대한 생각을 비췄다.
비정규직에서 어렵게 정규직이 됐고, 조직의 중간을 맡은 직급까지 달았는데...너무 힘이 들었던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것이 급여가 많은 것도 아니면서 일은 정말 많이 시키는 조직이었다. 주말의 하루는 거의 웬만하면 출근했고, 추석에도 3일이나 나가서 일을 해야 했다.
어떤 일의 끝맺음보다 해야 할 다른 일이 겹겹으로 닥쳐와 늘 일에 허우적대야 했다. 어느날부터는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일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능력 여부를 논하기 전에 ‘적절한 시스템의 부재’를 의심케 하는 상황이라 두말없이 퇴사에 동의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제 그녀도 50이 되었다는 것이었다.
대한민국에서 50대 여성에게 재취업(그것도 사무직 재취업)은
그리 녹록한 과제가 아니다.
그나마 많은 급여를 받던 상황이 아닌지라 눈높이를 조금만 조절하면 급여수준은 맞출 수 있지만, 사무직이라는 타이틀이 달린 일자리는 50대에게 그리 흔한 것도 아니란 것이 문제였다.
아내의 경우, 퇴직 후 애매한 상황에 대한 부담감은 생각보다 빨리 온 것 같았다. 11월 중순 퇴직 후 겨우 1달 만에 재취업을 얘기하기에 함께 검토해 보기로 했다. 가능하다면 23년이 가기 전에 뭔가 방향은 정리해두고 연말을 맞이하고픈 마음도 있었다.
다행히 아내에겐 사회복지사와 직업상담사 자격증이 있었고, 사회복지사 분야에 몇 년의 경력이 있었다. 다만, 기존 사회복지사로서 경험했던 노인 일자리보다는 새롭게 직업상담사 쪽으로 도전해 보고자 했다.
국민취업지원제도 컨설턴트는 내 경험상 50대 초반까지도 흔치는 않지만 구인을 하는 곳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기에 아내와 상의 후 집에서 가까운 몇 곳을 도전해 보기로 했다.
그 외에도 직업훈련학교의 직업상담사 자리를 함께 찾아보기로 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한 발 정도는 물러서 있고 싶었다. 아내도 자격증을 가진 사람이고 취업업무에 조금이나마 종사한 경험이 있기에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응원만 하려 했다. 아, 물론 작성된 자기소개서는 함께 검토해줬지만, 이건 내 고객들에게도 하는 일이니...이 정도는...
몇 번의 시행착오가 있었다. 첫 번째 시도에서는 서류 광탈, 또 한 곳은 면접에 참여했지만, 면접경쟁자에 젊은 남자가 있어서 안 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영업력이 필요한 포지션이었는데 이쪽은 젊은 남성 지원자가 상당히 유리하다)
주변에서 ‘쉽지는 않을 것이다’라는 말을 너무 많이 들은 때문인지, 아내가 고민하는 것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다음 포스팅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