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일기 연재를 시작하기 전에, 퇴사는 내게 잡히지 않는 막연한 꿈이었다. 하지만 연재를 하는 동안, 퇴사는 내게 점점 현실이 되었다. 처음으로 작성한 글이 갑자기 브런치 메인에 뜨면서 조회수가 폭발했고, 혼자만의 생각에 갇힌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어느 정도 사라졌다. 퇴사 얘기를 말로만 할 때와 달리, 한 편의 글로 전하니 지인들도 나를 더 '구체적으로' 이해해 주었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글을 꾸준히 읽어 주시는 고마운 구독자분들도 생겨서, 이러다 갑자기 내가 책을 내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기대감도 들었다. 그렇게 되어서 '출간 작가'라는 타이틀을 하나 얻을 수 있게 된다면, 그렇게 된다면 앞으로 나의 삶은 180도로 달라지겠지. 퇴사 이후에 원래의 꿈인 소설가로 등단을 하고, 여기저기 강연을 하러 다니고, 부캐릭터로 개발 중인 '북튜버' 채널이 떡상하여 프리랜서 선언 이후 빠른 경제적 독립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즐거운 상상도 했다. 그런 지나친 상상에 다다르니, 내가 퇴사를 하려는 원래 목적을 퇴사를 하기도 전부터 잊어버렸다는 생각이 들어 아차 싶었다.
나는 퇴사를 수단으로 하여 더 큰 경쟁의 장으로 들어가려는 게 아닌데. 나는 그저 최소한의 삶을 살고 싶었던 것뿐인데. 돈을 좇느라 내 몸과 마음, 소중한 관계를 망치지 않기 위해 퇴사를 결심한 것인데도 그런 상상을 하다니... 속물근성을 들킨 것 같아 괜히 혼자 부끄러웠다.
하지만 집 근처 공원을 배회하며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가 퇴사만을 위한 퇴사를 원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현재의 삶에서 도피하려는 게 아니라, 진짜 나의 삶을 찾으러 길을 떠나는 것뿐이니까. 그리고 어쩌면 그런 상상들이, 내가 진짜 살고 싶은 나만의 길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퇴사가 목적이 아니라 삶이 목적이다. 퇴사 이후의 '나의 삶'이 더 바쁘고 고되어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힘들 수 있다면, 다른 건 다 괜찮다.
나는 원래 좋아하는 일을 할 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드는 사람이니까. 재밌어서 하는 일은 하나도 힘들지가 않는 그런 사람이니까. 그리고 부끄럽지만 내가 재밌어서 힘들어하지 않고 해왔던 일은 모두 결과가 좋았으니까. (하하) '브런치 북'이라는 형식으로 나만의 '글 모음집'을 처음 갖게 된 이 행복한 순간에 취해, 그냥 그런 부끄러운 고백을 해본다. '말이 씨가 된다'는 말. 언어가 지닌 주술성을 나는 믿는다.
그리고 이건 어디까지나 퇴사 이후의 행복한 삶을 살기를 바라는, 나 자신에게 보내는 주문이다. "나는 꼭 작가 될 수 있다!" 남에게 하는 격려 말고, 나에게 하는 처음이자 마지막 격려이다. 마지막이라고 하는 이유는, '작가' 말고는 되고 싶은 게 없기 때문이다. 나는 지독히도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살고 싶은 그런 이기적인 인간이었음을, 이제는 인정한다. 이제는 더 이상 가족을 돌봐야 한다는 '책임감'에 짓눌려 서로에게 짐이 되는 짓은 하지 않기로 했다. 가족들도 내가 책임감에 무너지는 것을 원치는 않을 것이다. 그냥 내 선에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것들을 나누며 그렇게, 여전히 가난하게, 그래도 마음은 풍요롭게 살고 싶다. 그러면 이제 적어도 '엄마 때문에 내 인생이 이렇게 됐어'라는 치사한 변명은 늘어놓지 않아도 되겠지. 이제야 진정한 어른이 된 느낌이다.
이 길을 찾기까지 멀고 멀고 머언 길을 돌아왔다. 그 모든 시도들이 실패라고 여겨질 수도 있지만, 그 실패와 어리석음들 덕분에 나는 이제야 겨우 내 길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러니, 여러분도 혹시 자신의 인생이 막다른 길에 이르렀다는 생각이 들면, 비로소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정호승 시인의 <봄길>이란 시의 한 구절이다. 인생에 정말 실패란 없고, 계속 걸을 것인지 멈춰 설 것인지의 선택만 있을 뿐이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도, 꼭 '여러분만의 길'을 선택하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잠시 쉬어갈 거라고 누군가에게 말하듯이 나에게 내가 속삭이듯 수많은 생각들을 하지
조금은 천천히 가도 돼 그런다고 늦는 건 아냐 언젠가는 일어서려고 잠시 쉴 뿐이라고
일어나 일어나야 일어날 일이 이뤄지니 일어나 일어서야 이뤄짐에 가까울 테니
일어나 지금이야 이제는 다가올 테니 일어나라 일어나라 언젠간이란 늘 없었으니
뒤를 돌아보는 동안 그 누가 내 옆을 지나고 또 다른 누구도 지나가고 나는 더 쉬어가고
언젠가는 나도 홀로 일어서서 갈 거라고 누구보다 멀리 가려고 잠시 쉴 뿐이었다고
일어나 일어나야 일어날 일이 이뤄지니 일어나 일어서야 이뤄짐에 가까울 테니
일어나 지금이야 이제는 다가올 테니 일어나라 일어나라 언젠간이란 늘 없었으니
- 부활, <A side effect> 가사 중에서
*****끝까지 읽어주신 분이 있다면 정말 감사드립니다. 브런치북 응모를 위해 급하게 마감을 하였으나, 교직생활과 관련해서 쓰고 싶은 이야기는 앞으로도 무궁무진합니다. 계속해서 지켜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또한 '자아 찾기, 글쓰기, 창작 소설, 일상 에세이'등의 다양한 컨텐츠로 찾아뵈려고 합니다.
항상 행복할 순 없지만 항상 행복을 만들어나가는 여러분 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