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은 눈에 보이지 않는 단계가 있다.
먼저 사진 고르기.
다른 핸드폰은 어떻게 보이는지 모르지만 아이폰의 경우 앨범을 누르면 한 사진을 꾹 눌러 확대해서 보기 전에 12개컷으로 사진들이 보인다.
보통 때면 그 12개들이 다 다르지만 친구를 만나거나 여행을 간 경우에는 큰 혼란을 느낀다.
12개 컷이 다 똑같은 사진 같아보이기 때문. 그래서 사진들을 한장 한장씩 보며 가장 괜찮아 보이는 몇장에 하트를 눌러 사진 후보를 선정한다. 그 다음은 그 쟁쟁한 후보 중에서 최후의 승자를 가려낸다.
눈이 좀 뻑뻑해졌다. 여기까지만 해도 에너지를 60프로 소모했다. 하지만 끝이 아니다.
두 번째, 필터 씌워서 수치 조절하기.
수치를 어떻게 조절하냐에 따라 사진의 분위기가 완전바뀌기 때문에 또 필터별로 다 해보고 고른다. 그리고 사진이 좀 비뚤어진 것 같아 위치 조정도 미세하게 해주고. 오 드디어 끝이 보인다.
올리기 직전, 다시 고민을 한다. 올려도 괜찮나? 너무 일상적인가? 시시한가? 관종같나? TMI 인가 ?
그리고 일단 임시저장을 해놓는다. 그러고 보니 그렇게 임시저장 해놓은게 5장은 있다.
관리를 들어가 임시 저장해놓은 사진들을 쭉 본다. 지금은 이미 겨울인데 여름에 찍어놓은 꽃사진이 있는가 하면 엊그저께 먹은 토마토 식빵샌드위치가 빨갛고 초록색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다.
그 옆에 달아놓은 캡션은 세상 발랄한데. 헛웃음이 나온다. 어쨌든 그렇게 임시저장을 해논다.
다음날, 늘 그렇듯 습관적으로 인스타그램을 들어간다. 그리고 전날 저장해 놓은 사진을 누른다.
이제 캡션을 뭐라고 적을지 생각한다. 그냥 딱히 할 말이 없어 이모티콘을 본다. 적절한게 없어서 시무룩하다. 그냥 무난하게 스마일 이모티콘.
여차저차해서 힘겹게 올렸다. 그리고 홈으로 돌아와보니 그 전에 올린 사진과 색깔이 겹친다. 별로다. 전체적인 균형이 안 맞는 느낌.
하... 여기까지 내가 어떻게 왔는데 나에게 왜 이런 시련을 주나 싶다.
결국 고민하다 보관을 누른다. 보관을 눌러놓으면 다른 사람들에게는 내가 다시 프로필에 표시를 누르기 전까지는 보이지 않는다.
허탈감을 느낀다. 나는 이틀동안 무엇을 한 것인가.
홈을 누른다. 새 게시물이 뜨며 친구들이 올린 사진을 주욱 본다. 나도 모르게 손가락이 두번 클릭한다.
솔직히 말해 사진이 로딩되기도 전에 습관적으로 손가락이 두 번 움직여 무슨 사진인지도 모르는 사진에 좋아요를 한 적도 꽤 있다. 습관이 이래서 무섭다. 스토리도 마찬가지. 습관적으로 막 넘긴다.
결국 나는 무엇을 보는 걸까. 이 사진에서 저 사진으로 넘어가는 그 사이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사람은 다 이중적인 면이 있다고 이렇게 힘든 인스타그램이 또 이렇게 뭔가 사부작거릴 단계들이 많아 더 재밌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시간 때울 때 아무 생각하기 싫을 때 습관적으로 키고 막 누르고 그러나 보다.
어쨌든 결론은 인스타그램은 경우의 수가 많다는 사실. 그래서 힘들기도 재밌기도, 습관이 되어버린 것 같기도.
뭐 그런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