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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mf Jan 21. 2020

엄마의 뜨개 조끼



올 겨울은 따뜻한 편이다.

그래서 봄이 김이 채 서리지도 않은 겨울 창문의 틈을 비집고 훅 들어올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그리고 겨울이 다 지나가는 이 마당에 엄마는 장롱 깊숙이 들어가 있던 코바늘과 실을 꺼냈다. 봄이 더 춥고 매섭다고 혼잣말을 하며 꺼낸 코바늘과 실을 잡은 엄마의 다부진 손에는 굳은 결의가 실려있다. 아마 그 결의는 온갖 백화점과 옷가게를 찾아 헤매었지만 찾을 수 없었던 엄마의 뜨개 트임 조끼를 완성하리라 하는 다짐이리라.


내 옷 중에도 간간히 엄마가 직접 떠 준 아이템들이 꽤 있다. 뜨개질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목도리부터 가방 그리고 핸드 워머까지. 그리고 그런 아이템들은 왠지 모르게 몸에 걸치기도 전에 따뜻하다.


식탁에 앉아 실이 잘 보이지 않는다며 돋보기 안경을 코에 걸쳐 쓰고 뜨개질 하는 모습이 마치 내가 어렸을 적에 동화책에서 본 벽난로 옆 흔들의자에 앉아 뜨개질을 하는 할머니의 모습 같아서 갑자기 코끝이 찡해졌다.


엄마의 눈은 내 빨개진 코끝은 보이지도 않는 듯 걸쳐진 안경을 통해 보이는 초록색 실과 나무로 된 코바늘만을 왔다 갔다 하며 바삐 움직인다. 그러더니 갑자기 나를 불러 지금까지 뜬 세네 줄의 뜨개를 내 등에 가져다 대더니 너무 크다며 지금까지 뜬 세네 줄의 뜨개를 과감히 다 빼버리고는 다시 시작한다.

여기서 내가 느낀 감은 크게 2가지. 하나는 1시간 가까이 뜬 세네 개의 줄을 과감히 포기하고 다시 시작한 엄마의 과감함에 감탄. 나머지 하나는 엄마가 갖고 싶은 조끼임에도 불구하고 굳이 실을 고를 때부터 나한테 어울리는지, 크기는 나한테 맞는지 계속 물어보고 내 몸에 갖다 대는 것에 대한 아이러니에 대한 감동.


곧 완성될 뜨개 조끼의 모습은 대략 알 것 같지만 정확히 알 수 없다. 마치 엄마의 사랑을 다 헤아릴 수 없는 것처럼.



그렇게 대략의 조끼는 대략으로 가늠 가능한 엄마의 무한한 사랑을 담아 아주 예쁠 거라는 예측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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