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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mf May 13. 2020

수프 봉지가 녹는 소재라면



라면을 끓일 때면, 끓는 물에 면을 먼저 넣던, 혹은 수프를 먼저 넣든 간에 수프 봉지를 뜯는 순간 흘릴 수밖에 없는 가루가 신경 쓰이기 마련이다.



물론, 우리 엄마가 애초에 싱크대에서 수프 봉지를 뜯는 것처럼 사전에 예방할 수도 있지만 뜯은 봉지를 냄비까지 가져오는 과정에서 99.9프로는 미세한 가루 하나라도 어딘가에 떨어질 거라 장담한다.



라면의 수프 봉지가 녹는 소재라면 얼마나 편할까.

가루 날리는 거 없이, 그냥 쏙 넣으면 되는데 왜 뜯어야 하는 알루미늄 봉지인 걸까.



몸에서 녹아 없어지는 알약도 만드는데, 그 정도를 못 만드는 건 아닌 것 같다.

아마, 수프를 조절하는 사람이 있는 걸 알기에 배려한 것은 아닐까. 사람마다 다 다르니까.



뜯어야 하는 알루미늄 라면수프 봉지에 배려를 기대하는, 그게 배려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나는 지금 과도한 의미부여를 하는 게 확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의 과도한 의미 부여는 이유 없이 나를 어루만져준다.




나는 그렇게 오늘, 따뜻하고 아늑한 라면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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