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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mf Jul 29. 2021

그림자

언제부터였을까? 나는 언제부턴가 그림자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빛의 세기에 따라 모양과 명도가 시시각각 변하는 그 그림자의 순간들을 포착하고 싶었던 걸까? 

물체와 그림자가 합쳐진 독특한 모습이 예뻐서일까? 



그러던 어느 날, 룸메이트가 물었다.

"언니는 왜 빛의 사진이 아니라 그림자 사진이라고 그래?"

당시에는 그냥 흘려보낸 질문을 방에서 곰곰이 생각해봤다. 



그렇다. 빛이 있어야 그림자가 생긴다. 어떻게 보면 빛과 그림자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얼마 전, 마음에 드는 그림자가 있어 찍으려 핸드폰을 꺼낸 순간,  구름에 의해 서서히 사라지는 그림자를 봤다. 너무 순식간이라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나도 빛에 세기에 따라, 방향에 따라 각기 다른 그림자를 갖고 있으며 순식간에 사라질 존재다.



구름이 짙을 때는 보이지 않던 그림자는 햇볕이 쨍쨍한 날 짙어진다.  어쩌면 자신의 이면이 가장 확실하게 드러날 때는 환한 빛이 나를 비출 때가 아닐까. 가장 행복하고 밝을 때, 가장 불행해질 위험성을 지니는 것은 아닐까.



빛이 없을 때 나는 나의 이면과 하나가 된다. 그 자체로 그림자이자 주체로 합일된다. 어쩌면 어둠 속에서 가장 강해지는 걸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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