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뽕나무, 관행이라는 중력과의 전쟁
곡식만 석이 안주에 풀리자 죽어가던 마을에 생기가 돌았다. 하지만 원익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안주 백성들이 평생 쌀을 빌려 연명하는 삶에서 벗어나길 원했다. 어느 날, 그는 동네 노인들을 정자로 불러 모았다.
"어르신들, 왜 안주에는 뽕나무를 심지 않습니까? 이웃 고을은 비단으로 큰돈을 번다는데 말이오."
상투가 비뚤어진 한 노인이 곰방대를 털며 시큰둥하게 답했다.
"대감, 몰라서 물으쇼? 여긴 안주(安州)요. 땅이 짜고 기운이 없어서 뽕나무가 발만 담가도 말라죽소. 전임 사또들도 몇 번 해보려다 다 포기했지. 여긴 안 되는 땅이오. 그냥 관례대로 사시구려."
"안 되는 땅이 아니라, 안 된다는 생각이 땅을 죽이고 있는 것 아닙니까?"
옆에 있던 아전이 끼어들었다.
"사또,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마십시오. 백성들도 나무 심으라 하면 힘들어합니다. 그냥 하던 대로 하시는 게..."
원익은 자리에서 일어나 정자 아래 흙을 한 움큼 집어 들었다.
"관례? 그 관례라는 놈이 백성들을 굶기고 있소. 오늘부터 집집마다 뽕나무 한 그루씩 심으시오. 묘목은 내가 구해오겠소. 만약 나무가 죽는다면 내 책임을 물을 것이나, 나무를 심지 않는 자는 내 엄히 다스릴 것이오."
부임 한 달째, 원익은 직접 바지를 걷어붙이고 마을 어귀에 뽕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목사가 직접 삽을 들고 흙을 파자, 눈치를 보던 백성들도 하나둘 모여들었다.
"사또 나리, 정말 이게 자랄까요? 여기 흙은 돌덩이 같은데요...."
어린아이 하나가 묘목을 보며 물었다. 원익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었다.
"얘야, 나무는 흙으로만 자라는 게 아니라 사람의 발소리를 듣고 자란단다. 우리가 매일 와서 봐주면 이 나무도 우리를 배신하지 않을 게다. 이게 바로 너희의 미래가 될 지붕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