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목을 걸고 쌀을 대겠소

by 꿈 꾸는 철이

4. "내 목을 걸고 쌀을 대겠소"


1593년 1월, 평양성 탈환을 앞둔 명나라 제독 이여송의 막사는 살얼음판이었다. 4만 대군의 군량이 바닥을 드러내자 명나라 장수들이 탁자를 치며 호통을 쳤다.


"식량이 없는데 어찌 싸우란 말이냐! 조선 놈들이 우리를 굶겨 죽이려 작정했구나!"


원익은 흔들림 없이 막사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역관을 물리치고 이여송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중국어로 쏘아붙였다.


"제독! 지금 당신들이 뺏으려는 것은 평양성이오, 아니면 우리 백성들의 마지막 피땀이오?“


"이게 무슨 무례인가! 당장 군량을 내놓지 않으면...“


"군량은 내가 책임지겠소! 내 목을 걸고 약조하겠소. 명군 4만이 배를 채우고도 남을 곡식을 내일 아침까지 진중으로 들여보낼 것이오. 그러니 제독은 내게 약조하시오. 배를 채운 군사들을 이끌고 내일 당장 평양성을 탈환하겠다고 말이오!"


원익의 당당하고 유창한 일갈에 이여송은 헛웃음을 터뜨렸다.


"조선에 이토록 담대한 관료가 있을 줄이야. 좋소! 그대의 말이 사실이라면 내 기꺼이 평양의 성벽을 무너뜨려 주지."


그날 밤, 원익은 직접 횃불을 들고 창고를 돌며 쌀 한 톨까지 긁어모아서 이여송과의 약속을 지켰다. 승리는 무기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상대의 언어로 상대의 심장을 꿰뚫은 한 남자의 유능함에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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