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장: 사람의 숲을 거닌 참된 스승
1. 뙤약볕 아래 나란히 선 두 그림자
이원익의 청렴은 재물을 멀리함에 그치지 않고, 사람의 귀천을 가르는 마음의 장벽을 허무는 데까지 뻗어 있었다. 그는 종묘사직의 정점에 서 있을 때나, 유배지의 흙바닥에 앉아 있을 때나 사람을 대하는 무게가 늘 한결같았다.
어느 무더운 여름날, 원익은 마당을 쓰느라 땀을 흘리는 늙은 노비 앞에 멈춰 섰다. 노비가 황급히 빗자루를 내려놓고 흙바닥에 넙죽 엎드리려 하자, 원익은 서둘러 그의 팔을 잡아 세웠다.
"어찌 서서 일하는 사람을 엎드리게 하겠느냐. 그대로 서서 내 말을 듣거라."
원익은 노비가 서 있자 자신도 꼿꼿이 선 채로 눈을 맞추었다. 노비의 굽은 등과 자신의 키가 나란해질 때까지 그는 스스로의 권위를 낮추었다. 주변의 식솔들이 격식에 어긋난다며 눈을 홉떴으나, 원익은 나직하지만 단단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와 나는 조정의 정승과 집안의 노비라는 이름표만 다를 뿐, 하늘 아래 숨 쉬는 똑같은 인간이다. 네가 이 집안의 기틀을 닦고 살림을 돌봐주기에 내가 마음 놓고 국사를 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냐. 네 수고가 곧 나의 수고이고, 나의 직분은 네 땀방울 위에 세워진 것이다."
그것은 신분이라는 견고한 사슬을 한 인간의 깊은 인품으로 끊어버린 순간이었다. 원익에게 배려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시혜를 베푸는 것이 아니라, 같은 땅을 짓밟고 선 생명에 대한 마땅한 경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