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별재회 커리큘럼 May 31. 2023

영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이별 심리 행동분석

이 글은 영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등장인물

21살 대학생 하치야 키누 (여)


"세상에는 법칙이라 믿는 게 하나 있다. 토스트를 떨어트리면 꼭 버터 바른 쪽이 바닥에 닿는다. 그래서 난 대부분 조용히 살고 있고 흥분하는 일은 거의 없다. 여유가 있는 남자는 대부분 나를 우습게만 봤다."


'텐지쿠 네즈미' 콘서트를 보러 갈 계획이었지만 가지 못했다.

내가 관심 있는 거 외에는 크게 별로 관심이 없다.

좋아하는 단어는 '면 추가 무료'  좋아하는 것은 '미라'


21살 대학생 야마네 무기 (남)


"아직도 가위바위보의 룰을 이해할 수 없다. 이 가위를 이기고 가위가 보자기를 이긴다. 그것까진 이해한다. 보자기가 돌을 이겨? 말이 돼? 보자기는 돌 맞으면 찢어지지."


"3개월 전 스트리트 뷰로 동네를 검색하다가 나를 발견했다. 오키타는 깜짝 놀라며 친구가 스트리트뷰에 나왔다며 난리였다. '축하해' '굉장해' 해준 사람들한테 밥을 쐈다. 그보다 더한 흥분이 앞으로 내 삶에 또 있을까?"


텐지쿠 네즈미 콘서트를 보러 갈 계획이었지만 가지 못했다. 좋아하는 단어 '쇠지렛대 같은 것'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 번아웃 증후군이 있다. 스트리트뷰를 보는 걸 좋아한다.




서로가 만나기 전 그들은 커플들이 왜 이어폰을 나누어 끼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또한 '연애'는 '나누면 안 되고 각자 하나씩'이라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었다.


어느 날 막차를 계기로 서로가 만나게 된다. 새벽 무렵까지 이야기를 하다 보니 가치관도 맞고, 직업, 성격, 취향까지 비슷해서 신발까지 똑같다. 마치 또 다른 나와있는 거 같은 친밀감을 느끼게 된다.


"어쩌면 진짜 운명이라는 게 있는 게 아닐까?" "하늘에서 우리를 이어 주기 위해서 막차 상황이 벌어진 게 아닐까?" 남들이 이해할 수 없는 나만의 세계를 이해해 주는 사람을 만난 거 같다.


무기 : (엉킨 이어폰을 보여주며) 제 이어폰 선은 금세 이 꼴이 돼요.

키누 : (자신의 이어폰을 꺼내며) 맞아요.

무기 : 서로 막 꼬여요.

키누 : 늘 이래요.

무기 : 그렇죠.


키누 : 나도 호무라 히로시 책은 거의 다 읽었어요.

무기 : 나도 나가시마 유작품은 거의 다 봤는데 돈이 없어서 문고본이 나오면 보지만요.

카누 : 아니면 도서관에서 빌리고

무기 : (책에 꽂아져 있는 영화티켓을 보며) 똑같네요.

키누 : 야마네 씨도! 혹시 영화티켓을 책갈피로 쓰는 타입?

무기 : 영화 티켓은 책갈피죠.


(웃음)


키누 : '루미네' 극장에서 '텐지쿠 네즈미' 원맨 콘서트가 있었거든요.

무기 : 네 알아요.

키누 : 티켓 사놓고 못 갔어요.

무기 : 나랑 같네요. 티켓 들고 다녔는데 깜빡했어요.

키누 : (웃음)

무기 : (티켓을 보며) 세상에. 진짜 똑같네. 보러 갔으면 만났을 수도 있었겠네요.

키누 : 그러네요. 우와 그런데 콘서트에 갔더라면 오늘 못 만났을 수도 있어요.

무기 : 그렇네요. 이건 오늘 이렇게 만나기 위한 티켓이었네요.


무기: 나는 말이죠. '여기는 아미코'도 좋아하지만

키누 : '소풍'?

무기: '소풍'은 충격이었어요.

키누 : 그러니까요. 이마무라 나츠코는 그 뒤로는 신작을 안 냈잖아요

무기: 그러게요 또 읽고 싶은데. 요전에 전철 속에서 흔들리고 있는데 옆 사람이...

키누 : (속마음) '전철을 타고 있다'라는 말을 '전철 속에서 흔들린다'라고 그는 표현했다.

키누 : 그런데요. 어릴 때부터 이해가 안 되는 게 있어요. 가위바위보는 돌 하고 가위하고 보자기잖아요.

무기:그렇죠.

키누 : 보자기가 돌을 이길 수 없잖아요? 찢어질 텐데.

무기: (속마음) 나랑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을 찾은 거 같다.


키누 : (속마음) 가랑비가 오렌지색 가로등 불빛 속에서 내리 쏟아지고 있었다.

빗소리를 들으며 그의 그림을 보고 있자니 그가 매우 쑥스러운 듯이 "감기 걸리겠어요"라고 말하며 욕실에서 가져온 드라이어를 들었다. 전선이 아슬아슬하게 닿았고 그는 젖은 내 머리 말리기 시작했다. 뭔가가 시작될듯한 예감에 심장이 쿵쾅거렸지만 드라이어 소리가 덮어주었다.

무기 : (속마음) "나는 야마네 씨 그림이 좋아요"라고 말했다... "나는 야마네 씨 그림이 좋아요"라고 말했다... "나는 야마네 씨 그림이 좋아요"라고 말했다...


키누 : (속마음) 카페에서 트렁크 바를 세 번 왕복하다가 문득 보니 또 막차시간이 돼 있었다. 그냥 친구라 생각하는 걸까..?

무기 : (속마음) 이야기가 잘 통하는 것뿐일까..? 밥을 세 번 같이 먹고 고백을 안 하면 그냥 친구로 남는다는 설도 있고..

키누 : (속마음) 점점 초조해졌다.

무기 : (속마음) 좋아하는지 아닌지가.. 못 보는 동안 생각나는 시간의 길이로 정해진다면 난 확실히 좋아한다.

키누 : (속마음) 가게 점원에게 친절한 점. 내 보폭에 맞춰주는 점 등. 포인트로 카드로 친다면 이미 꽉 찼는데... 다음번엔 꼭 고백해야지.


무기 : (속마음) 막차시간 전에 고백하기로 마음먹고 함께 가스탱크를 보러 갔다.

키누 : (속마음) 막차까지 8시간 남았다.

무기 : (속마음) 이제부터 분위기를 바꿔보자.

무기 : (속마음) 막차까지 3시간..

키누 : (속마음) 2시간 남았다.


커플들이 왜 이어폰을 같이 끼는지 몰랐던 그들은 카페에서 서로 이어폰을 나누어 듣는다.


무기 : (속마음) 좋아. 할 수 있겠어.

키누 : (속마음) 이제 1시간..

무기 : 곧 막차시간이네요.

키누 :그러게요

무기 : 하치야 씨

키누 : 네

무기 : 나하고 사귀지 않을래요?


그들은 그렇게 수줍은 고백과 꽃다발에 꽃이 피기 시작했다.


#4년 후


지인에 결혼식에 놀러 간 무기와 키누


무기 : (지인에게 말을 하며) 키누 하고 헤어질까 해.

키누 : (지인에게 말을 하며) 무기랑 헤어질까 싶어.

무기 : (지인에게 말을 하며) 이젠 대화도 거의 안 해.

키누 : (지인에게 말을 하며) 싸우지도 않는다니까.

무기 : (지인에게 말을 하며) 감정이 끓지 않아.

키누 : (지인에게 말을 하며) 그런데 어떻게 헤어지면 좋을지를 모르겠어.

무기 : (지인에게 말을 하며) "그만 만나자"라는 건 연애 초기 이야기고

키누 : (지인에게 말을 하며) 벌써 4년째 거든.

무기 : (지인에게 말을 하며) 오늘 이 결혼식이 끝나면.. 헤어질 거야

키누 : (지인에게 말을 하며)... 헤어질 거야


마지막까지 생각이 똑같았던 그들은 결국 이별을 했다. 그렇다면 취향과 가치관도 잘 맞았고 너무나도 사랑했는데 그들은 왜 헤어져야만 했을까?


다음 대화를 보면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 연인으로써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


무기 : 이번에 내가 지방 쪽도 고객 유치를 맡게 됐어.

키누 : 그렇구나.

무기 : 기획서도 써야 해. 요즘 아는 사람도 많아졌어.

키누 : 그렇구나~ 잘 됐네.


키누 : 있잖아, 무기

무기 : 그게 연극이었나?

키누 : 응?

무기 : 보러 가기로 한 거 날짜가 언제지?

키누 : 연극 '나의 별'? 토요일이야.

무기 : 원래 출장은 일요일인데 하루 먼저 시즈오카 가자는 얘기가 있어.

키누 : 그래, 괜찮아. / 난 괜찮아

무기 : 정 그러면 난 안된다고 할게.

키누 : 왜 그래? 난 괜찮다니까.

무기 : 괜찮지 않잖아. 티켓도 샀을 거 아냐.

키누 : 일 때문인데 뭐

무기 : 사실 나도 그런 거 싫어 "일 때문"이라 말하는 거 당연히 싫다고

키누 : 알고 있어

무기 : 단지 너랑 생활습관이 안 맞는 것뿐이야

키누 : 뭐?

무기 :... (아 내가 말실수했네의 바디랭귀지를 취함) 아니, 그러니까... 지금 중요한 시기잖아

키누 : 알아

무기 : '또야?' 싶은 얼굴인데

키누 : '또야'라고 생각하지 또 그러는 거니까 / 내 말은..

무기 : 그래서 가겠다고 했잖아

키누 : '정 그러면'이라 했잖아 그런 식이면 싫어

무기 : 뭐?

키누 : 요즘 그런 말투가 많아. 성가신 듯한 표정 짓지 마

무기 : 정 그러면 성가신 듯한 표정 안 지을 게

키누 : 왜 그런 식으로 말해?

무기 : 또 말투 갖고 화내네

키누 : 사사로운 일로 싸우기 싫어

무기 : (억양을 높이며) 이 연극 전에도 본 거 아냐?!

키누 :......

무기 : 아닌가 (긁적) / 다시 상영하면 좋겠다고 얘기했던 건가

키누 :......

무기 : 미안

키누 : (책을 건네며) 이 책 좋아 출장 갈 때 가져가

무기 : 고마워


무기의 직장 상사에게 전화가 온다. 무기는 키누한테 받은 책을 툭 내려놓으면 전화를 받는다.


# 서점


키누는 문학 무크지 '먹는 게 느려'라는 책을 보여주기 위해 들뜬 마음으로 무기한테 다가간다. 하지만 무기는 '인생의 승산'이라는 책을 읽고 있다. 그 모습을 본 키누는 자신이 보여주려던 걸 멈춘다.


#침실


무기 : 영화 재미있었어

키누 : 응

무기 : 동기 중 하나가 결혼한데. / 그런 거 생각해 봤어?

키누 : 응?

무기 : 언제쯤 하면 좋겠라던가

키누 : 음..

무기 : 그런 생각 안 해?

키누 : 생각해 본 적 없는 것 같기도 해

무기 : 생각해 봐도 괜찮을 것 같은데

키누 : 음..

무기 : 보고 싶은 영화가 더 있다거나 또 나한테 원하는 일 있어?

키누 : 베란다 전구 불이 안 켜져

무기 : 아. 요전에 말했지? 미안해

키누 : 괜찮아

무기 : 고쳐둘게

키누 : 잘 자

무기 : 잘 자


키누: (속마음) 이해할 수 없었다. 3개월 동안 성관계를 하지 않은 연인에게 결혼 이야기를 꺼내는 건 무슨 마음이지?

무기 : (속마음) 이해할 수 없었다. 언제까지 학생 같은 기분으로 살 건지. 평생 함께 있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는 걸까?


보시다시피 그들은 속 깊은 이야기를 잘하지 못했다. 자신의 내면의 소리를 서로 전달 못하여 풀지 못하고 서로에게 서운한 감정이 쌓여서 감정이 끓지 않게 된 것이다. 또한 환경적 문제도 있었다. 무기의 입장으로써는 더 좋은 미래를 살기 위해서는 예전처럼 풋풋하고 얘처럼 살 수는 없었다. 그래서 뭐든지 현실적으로 변하게 되었다. 하지만 키누의 입장으로써는 무기가 '일'로 인하여 모든 게 변해버렸다고 느꼈을 것이다. 내가 한 말을 자주 잊어먹고 자기가 좋아하던 그림도 그리지 않고 예전처럼 잘 웃지도 않고 예전처럼 좋아하던 책도 읽지 않고 등등 그래서 키누는 지금 애인을 이해하면서도 예전 같지 않은 모습에 서운하고 낯설게 느껴진다고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두 사람의 입장과 상황을 이해한다. 그런데 만약 이 상황들을 인지하고 되돌아봤더라면 이별을 막았을지도 모른다. 영화를 보면 막을 기회가 여러 있었다. 하지만 마음을 돌리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이 지나 4년의 꽃다발이 시들게 되었다.




작가의 이전글 이별자의 마음을 읽는 이별 심리행동분석가를 만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