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법칙이라 믿는 게 하나 있다. 토스트를 떨어트리면 꼭 버터 바른 쪽이 바닥에 닿는다. 그래서 난 대부분 조용히 살고 있고 흥분하는 일은 거의 없다. 여유가 있는 남자는 대부분 나를 우습게만 봤다."
'텐지쿠 네즈미' 콘서트를 보러 갈 계획이었지만 가지 못했다.
내가 관심 있는 거 외에는 크게 별로 관심이 없다.
좋아하는 단어는 '면 추가 무료' 좋아하는 것은 '미라'
21살 대학생 야마네 무기 (남)
"아직도 가위바위보의 룰을 이해할 수 없다. 돌이 가위를 이기고 가위가 보자기를 이긴다. 그것까진 이해한다. 보자기가 돌을 이겨? 말이 돼? 보자기는 돌 맞으면 찢어지지."
"3개월 전 스트리트 뷰로 동네를 검색하다가 나를 발견했다. 오키타는 깜짝 놀라며 친구가 스트리트뷰에 나왔다며 난리였다. '축하해' '굉장해' 해준 사람들한테 밥을 쐈다. 그보다 더한 흥분이 앞으로 내 삶에 또 있을까?"
텐지쿠 네즈미 콘서트를 보러 갈 계획이었지만 가지 못했다. 좋아하는 단어 '쇠지렛대 같은 것'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 번아웃 증후군이 있다. 스트리트뷰를 보는 걸 좋아한다.
서로가 만나기 전 그들은 커플들이 왜 이어폰을 나누어 끼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또한 '연애'는 '나누면 안 되고 각자 하나씩'이라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었다.
어느 날 막차를 계기로 서로가 만나게 된다. 새벽 무렵까지 이야기를 하다 보니 가치관도 맞고, 직업, 성격, 취향까지 비슷해서 신발까지 똑같다. 마치 또 다른 나와있는 거 같은 친밀감을 느끼게 된다.
"어쩌면 진짜 운명이라는 게 있는 게 아닐까?" "하늘에서 우리를 이어 주기 위해서 막차 상황이 벌어진 게 아닐까?" 남들이 이해할 수 없는 나만의 세계를 이해해 주는 사람을 만난 거 같다.
무기 : (엉킨 이어폰을 보여주며) 제 이어폰 선은 금세 이 꼴이 돼요.
키누 : (자신의 이어폰을 꺼내며) 맞아요.
무기 : 서로 막 꼬여요.
키누 : 늘 이래요.
무기 : 그렇죠.
키누 : 나도 호무라 히로시 책은 거의 다 읽었어요.
무기 : 나도 나가시마 유작품은 거의 다 봤는데 돈이 없어서 문고본이 나오면 보지만요.
카누 : 아니면 도서관에서 빌리고
무기 : (책에 꽂아져 있는 영화티켓을 보며) 똑같네요.
키누 : 야마네 씨도! 혹시 영화티켓을 책갈피로 쓰는 타입?
무기 : 영화 티켓은 책갈피죠.
(웃음)
키누 : '루미네' 극장에서 '텐지쿠 네즈미' 원맨 콘서트가 있었거든요.
무기 : 네 알아요.
키누 : 티켓 사놓고 못 갔어요.
무기 : 나랑 같네요. 티켓 들고 다녔는데 깜빡했어요.
키누 : (웃음)
무기 : (티켓을 보며) 세상에. 진짜 똑같네. 보러 갔으면 만났을 수도 있었겠네요.
키누 : 그러네요. 우와 그런데 콘서트에 갔더라면 오늘 못 만났을 수도 있어요.
무기 : 그렇네요. 이건 오늘 이렇게 만나기 위한 티켓이었네요.
무기: 나는 말이죠. '여기는 아미코'도 좋아하지만
키누 : '소풍'?
무기: '소풍'은 충격이었어요.
키누 : 그러니까요. 이마무라 나츠코는 그 뒤로는 신작을 안 냈잖아요
무기: 그러게요 또 읽고 싶은데. 요전에 전철 속에서 흔들리고 있는데 옆 사람이...
키누 : (속마음) '전철을 타고 있다'라는 말을 '전철 속에서 흔들린다'라고 그는 표현했다.
키누 : 그런데요. 어릴 때부터 이해가 안 되는 게 있어요. 가위바위보는 돌 하고 가위하고 보자기잖아요.
무기:그렇죠.
키누 : 보자기가 돌을 이길 수 없잖아요? 찢어질 텐데.
무기: (속마음) 나랑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을 찾은 거 같다.
키누 : (속마음) 가랑비가 오렌지색 가로등 불빛 속에서 내리 쏟아지고 있었다.
빗소리를 들으며 그의 그림을 보고 있자니 그가 매우 쑥스러운 듯이 "감기 걸리겠어요"라고 말하며 욕실에서 가져온 드라이어를 들었다. 전선이 아슬아슬하게 닿았고 그는 젖은 내 머리를 말리기 시작했다. 뭔가가 시작될듯한 예감에 심장이 쿵쾅거렸지만 드라이어 소리가 덮어주었다.
무기 : (속마음) "나는 야마네 씨 그림이 좋아요"라고 말했다... "나는 야마네 씨 그림이 좋아요"라고 말했다... "나는 야마네 씨 그림이 좋아요"라고 말했다...
키누 : (속마음) 카페에서 트렁크 바를 세 번 왕복하다가 문득 보니 또 막차시간이 돼 있었다. 그냥 친구라 생각하는 걸까..?
무기 : (속마음) 이야기가 잘 통하는 것뿐일까..? 밥을 세 번 같이 먹고 고백을 안 하면 그냥 친구로 남는다는 설도 있고..
키누 : (속마음) 점점 초조해졌다.
무기 : (속마음) 좋아하는지 아닌지가.. 못 보는 동안 생각나는 시간의 길이로 정해진다면 난 확실히 좋아한다.
키누 : (속마음) 가게 점원에게 친절한 점. 내 보폭에 맞춰주는 점 등. 포인트로 카드로 친다면 이미 꽉 찼는데... 다음번엔 꼭 고백해야지.
무기 : (속마음) 막차시간 전에 고백하기로 마음먹고 함께 가스탱크를 보러 갔다.
키누 : (속마음) 막차까지 8시간 남았다.
무기 : (속마음) 이제부터 분위기를 바꿔보자.
무기 : (속마음) 막차까지 3시간..
키누 : (속마음) 2시간 남았다.
커플들이 왜 이어폰을 같이 끼는지 몰랐던 그들은 카페에서 서로 이어폰을 나누어 듣는다.
무기 : (속마음) 좋아. 할 수 있겠어.
키누 : (속마음) 이제 1시간..
무기 : 곧 막차시간이네요.
키누 :그러게요
무기 : 하치야 씨
키누 : 네
무기 : 나하고 사귀지 않을래요?
그들은 그렇게 수줍은 고백과 꽃다발에 꽃이 피기 시작했다.
#4년 후
지인에 결혼식에 놀러 간 무기와 키누
무기 : (지인에게 말을 하며) 키누 하고 헤어질까 해.
키누 : (지인에게 말을 하며) 무기랑 헤어질까 싶어.
무기 : (지인에게 말을 하며) 이젠 대화도 거의 안 해.
키누 : (지인에게 말을 하며) 싸우지도 않는다니까.
무기 : (지인에게 말을 하며) 감정이 끓지 않아.
키누 : (지인에게 말을 하며) 그런데 어떻게 헤어지면 좋을지를 모르겠어.
무기 : (지인에게 말을 하며) "그만 만나자"라는 건 연애 초기 이야기고
키누 : (지인에게 말을 하며) 벌써 4년째 거든.
무기 : (지인에게 말을 하며) 오늘 이 결혼식이 끝나면.. 헤어질 거야
키누 : (지인에게 말을 하며)... 헤어질 거야
마지막까지 생각이 똑같았던 그들은 결국 이별을 했다. 그렇다면 취향과 가치관도 잘 맞았고 너무나도 사랑했는데 그들은 왜 헤어져야만 했을까?
다음 대화를 보면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 연인으로써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
무기 : 이번에 내가 지방 쪽도 고객 유치를 맡게 됐어.
키누 : 그렇구나.
무기 : 기획서도 써야 해. 요즘 아는 사람도 많아졌어.
키누 : 그렇구나~ 잘 됐네.
키누 : 있잖아, 무기
무기 : 그게 연극이었나?
키누 : 응?
무기 : 보러 가기로 한 거 날짜가 언제지?
키누 : 연극 '나의 별'? 토요일이야.
무기 : 원래 출장은 일요일인데 하루 먼저 시즈오카 가자는 얘기가 있어.
키누 : 그래, 괜찮아. / 난 괜찮아
무기 : 정 그러면 난 안된다고 할게.
키누 : 왜 그래? 난 괜찮다니까.
무기 : 괜찮지 않잖아. 티켓도 샀을 거 아냐.
키누 : 일 때문인데 뭐
무기 : 사실 나도 그런 거 싫어 "일 때문"이라 말하는 거 당연히 싫다고
키누 : 알고 있어
무기 : 단지 너랑 생활습관이 안 맞는 것뿐이야
키누 : 뭐?
무기 :... (아 내가 말실수했네의 바디랭귀지를 취함) 아니, 그러니까... 지금 중요한 시기잖아
키누 : 알아
무기 : '또야?' 싶은 얼굴인데
키누 : '또야'라고 생각하지 또 그러는 거니까 / 내 말은..
무기 : 그래서 가겠다고 했잖아
키누 : '정 그러면'이라 했잖아 그런 식이면 싫어
무기 : 뭐?
키누 : 요즘 그런 말투가 많아. 성가신 듯한 표정 짓지 마
무기 : 정 그러면 성가신 듯한 표정 안 지을 게
키누 : 왜 그런 식으로 말해?
무기 : 또 말투 갖고 화내네
키누 : 사사로운 일로 싸우기 싫어
무기 : (억양을 높이며) 이 연극 전에도 본 거 아냐?!
키누 :......
무기 : 아닌가 (긁적) / 다시 상영하면 좋겠다고 얘기했던 건가
키누 :......
무기 : 미안
키누 : (책을 건네며) 이 책 좋아 출장 갈 때 가져가
무기 : 고마워
무기의 직장 상사에게 전화가 온다. 무기는 키누한테 받은 책을 툭 내려놓으면 전화를 받는다.
# 서점
키누는 문학 무크지 '먹는 게 느려'라는 책을 보여주기 위해 들뜬 마음으로 무기한테 다가간다. 하지만 무기는 '인생의 승산'이라는 책을 읽고 있다. 그 모습을 본 키누는 자신이 보여주려던 걸 멈춘다.
#침실
무기 : 영화 재미있었어
키누 : 응
무기 : 동기 중 하나가 결혼한데. / 그런 거 생각해 봤어?
키누 : 응?
무기 : 언제쯤 하면 좋겠라던가
키누 : 음..
무기 : 그런 생각 안 해?
키누 : 생각해 본 적 없는 것 같기도 해
무기 : 생각해 봐도 괜찮을 것 같은데
키누 : 음..
무기 : 보고 싶은 영화가 더 있다거나 또 나한테 원하는 일 있어?
키누 : 베란다 전구 불이 안 켜져
무기 : 아. 요전에 말했지? 미안해
키누 : 괜찮아
무기 : 고쳐둘게
키누 : 잘 자
무기 : 잘 자
키누: (속마음) 이해할 수 없었다. 3개월 동안 성관계를 하지 않은 연인에게 결혼 이야기를 꺼내는 건 무슨 마음이지?
무기 : (속마음) 이해할 수 없었다. 언제까지 학생 같은 기분으로 살 건지. 평생 함께 있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는 걸까?
보시다시피 그들은 속 깊은 이야기를 잘하지 못했다. 자신의 내면의 소리를 서로 전달 못하여 풀지 못하고 서로에게 서운한 감정이 쌓여서 감정이 끓지 않게 된 것이다. 또한 환경적 문제도 있었다. 무기의 입장으로써는 더 좋은 미래를 살기 위해서는 예전처럼 풋풋하고 얘처럼 살 수는 없었다. 그래서 뭐든지 현실적으로 변하게 되었다. 하지만 키누의 입장으로써는 무기가 '일'로 인하여 모든 게 변해버렸다고 느꼈을 것이다. 내가 한 말을 자주 잊어먹고 자기가 좋아하던 그림도 그리지 않고 예전처럼 잘 웃지도 않고 예전처럼 좋아하던 책도 읽지 않고 등등 그래서 키누는 지금 애인을 이해하면서도 예전 같지 않은 모습에 서운하고 낯설게 느껴진다고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두 사람의 입장과 상황을 이해한다. 그런데 만약 이 상황들을 인지하고 되돌아봤더라면 이별을 막았을지도 모른다. 영화를 보면 막을 기회가 여러 있었다. 하지만 마음을 돌리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이 지나 4년의 꽃다발이 시들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