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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현 Sep 18. 2023

우연이 필연이 될 때

필요한 영감 vs 필요 없는 영감

웹소설을 쓰다 보면 가끔 스토리에 대한 영감이 필요할 때가 있다.


나는 이 영감을 주로 전시나 뮤지컬 공연에서 얻을 때가 있는데, 대게는 생각 없이 전시나 공연을 보러 갔다가 '아! 이 내용이 지금 내게 필요한 스토리구나!' 싶은 깨달음(?)을 얻을 때가 종종 있다.

***


최근에 이런 경험을 했던 건 뮤지컬 '아이다'였다.

어느 화창한 4월. 버스를 타고 한남동을 지나가는데 뮤지컬 아이다의 홍포 포스터가 길에 쭉 걸려있었다. 이상하게 예전에는 그다지 궁금해하지 않던 뮤지컬이었는데, 그냥 한번 볼까 해서 자제 휴일에 빈자리 예매해서 생각없이 보러 간 공연이었다.

그 당시 나는 한 가지 고민에 빠져 있었다.

 '나의 모든 것을 파탄 낸 원수를 사랑하게 된다면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그리고 그 감정은 어떤 걸까?'

특히 감정선에 대한 고민이 컸기에, 도무지 이야기를 쓸래야 쓸 수가 없었다. 도대체 그 감정이 어떤 건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뮤지컬 아이다를 보는 순간, 내가 왜 지금 이 시점에서 그 뮤지컬을 보게 되었는지 깨달았다.

내 나라를 침략하고 나를 적국에 끌고 온, 적국의 장수와 사랑에 빠진 여주가 겪는 심리적 고통과 감정의 변화가 크게 와닿았다.


'바로 이거다! 이거였어!'


유레카를 외치며, 뮤지컬 덕분에 나는 고민을 생각보다 쉽게 해결할 수 있었다.

***


반면에, 오래전부터 미친 듯이 보고 싶었거나 가고 싶었는데 이상하게 자꾸만 취소하게 되거나, 사정이 생겨서 못 가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 당시에는 '내가 왜 자꾸 이걸 취소하지?' 라며 스스로가 의아할 때가 있는데, 지나 놓고 생각해 보면 지금 스토리를 쓰는 데 있어서 방해가 될 요소였구나 싶다.


***

그래서 우연히 문화생활을 접할 때는 평소보다 훨씬 더 집중해서 보게 된다. 어떤 이유에서건 그걸 보게 된 데에는 뭔가 이유가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서다.

반면, 아무리 노력해도 볼 수 없는 건, 깔끔하게 포기하게 되었다. 미련을 두고 매달려봤자 나한테 필요 없는 것이라 여긴다.

그러다 보니 살아가면서 일어나는 여러 사건들에 대해서도 그게 좋든 나쁘든 혹은 포기해야 하는 최악의 경우든 간에 유연하게 받아들이게 되는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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