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현 Sep 20. 2023

착한 x, 나쁜 x, 이상한 x

X= 변수, 미지수

웹소설 속 캐릭터는 무궁무진하다.


주인공, 주인공의 연인, 주인공을 짝사랑하며 헌신하는 서브, 주인공의 친구, 주인공을 괴롭히는 빌런, 엑스트라 1,2,3 등.

이야기를 쓰면서 가장 좋은 점은 바로 이 모든 캐릭터를 연기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 캐릭터는 모두 내가 만들어낸 캐릭터이기도 하니, 나는 내 머릿속에서 최적화된 캐릭터를 가지고 요리조리 볶고 지지며 온갖 경험을 한다.

어려워도 힘들어도 꿎꿎하게 다시 일어나는 캔디형 여자가 되기도 했다가, 세상 모든 남자들은 다 꼬시는 매력적인 요부가 되기도 하고, 한 나라를 이끌어 가는 여왕이 되기도 한다. (이건 내가 쓰는 웹소설 장르가 여성향 로판이다 보니 일어나는 현상이다)

물론 세상 이렇게 나쁜 년이 있을 수 있나 싶을 정도의 캐릭터를 쓰기도 한다. 그럼 쓰다가 종종 '오잉? 나한테 이런 못된 기질이 있었나?'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근데 은근 이런 캐릭터에 빙의되어 글을 쓸 때는 묘한 쾌감을 느끼기도 한다.

게다가 남자 캐릭터 입장에서 써야 할 때도 많다. 세상의 절반은 남자인 만큼, 웹소설 세계관의 캐릭터에서 절반이 남자다. 그 캐릭터에 몰입해서 쓸 때는 또 남자가 된 기분으로 쓴다.


남자 캐릭터를 쓸 때는 여자로서 느끼던 한계, 유리장벽등이 모두 사라지는 기분이 든다.


현실의 나는 운동을 싫어하지만, 웹소설 속 남자들은 그런 훈련에 길들여진 존재가 많다. 글로 풀어내는 운동은 의외로 대리만족을 할 수 있다.

정상적인 캐릭터만 쓰느냐, 그건 아니다.  웹소설에서 주인공을 괴롭히는 존재들은 언제나 좋은 갈등과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선사한다.


이상한 정신세계를 가진 자들의 이야기를 쓰다 보면 '세상을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건가?' 싶기도 하다. 물론, 이런 도른 자 캐릭터는 이야기를 끌고 가는 다른 축인 빌런이라기보다는 감칠맛을 내는 약간의 조미료 같은 기분으로 완급조절을 잘해야 한다.

연기를 한다는 건 생각보다 재미있는 일 같다. 그렇다고 배우가 되고 싶다는 건 아니다. 배우는 오직 한 인물에 집중해서 완전히 그 인물이 되어야 하는데, 나는 욕심이 많아서 한 인물로는 만족하지 못할 거 같다.


그러니 나처럼 이것저것 다 해보고 싶고, 이 인물 저 인물 다 되어보고 싶은 사람에게 작가는 어쩌면 천직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현실에는 없는 다양한 직업군의 캐릭터까지 쓸 수 있는 웹소설은 더더욱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눈이 멀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