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현 Sep 24. 2023

비판과 비난

타인의 평가를 받아들이는 법

웹소설을 쓰게 되면 타인의 평가를 들어야 할 때가 크게 번 있다. 한 번은 웹소설 PD의 수정, 나머지 하나는 독자들의 댓글이다.




1. PD가 보내준 빨간 종이


원고를 보내면 한 동안은 자유시간이다. 그러나 PD로부터 수정본 메일이 오면 머리를 양손으로 쥐어싸며 잠시 소리 없는 절규를 지른다. 그러고는 심호흡하며 수정본을 열면, 어김없이 빨간 글자 투성이다.

 
처음에는 얼마나 많은가 하고 스크롤을 후루룩 내려본다. 아니나 다를까, 어마어마하게 많다. 종종 페이지가 빨간 종이처럼 보일만큼 수정해야 할 게 무시무시하게 있는 경우도 있다.


물론, 수정은 작가가 세운 본인만의 기준과 잣대에 따라 고칠 수 있는 정도가 달라진다. 그러나 웹소설의 현 시장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들이 PD들이다. 웹소설 PD들을 종종 만나 얘기하다 보면 돈의 흐름을 알 수 있고, 사람들의 욕망이 어디로 향하는지 알 수 있다.


웹소설 PD들은 작품이 팔리기 위해, 돈이 될 수 있는 상품성을 만들기 위해 쓴소리를 한다. 그러니 이런 쓴소리는 최대한 받아들이는 게 좋다.

물론, 처음부터 부드럽게 받아들이지는 못 했다. 언젠가 한 번, 너무 심하게 수정을 요구해서 작품 전체를 뜯어고쳐야 하는 사건이 있었다.


원래 내 작업방식은 소설을 전부 다 쓰고 넘기는데, 이상하게 그 작품은 글을 쓰다 중간에 보내야 하는 사건들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편집자의 수정에 폭발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글을 빨리 써야 하는데, 편집에 자꾸 발목이 잡히니 말이다.


그런데 그때 중간 편집을 하지 않았더라면, 스토리가 산으로 갈 뻔했다. 편집자의 쓴소리 덕분에 나는 내가 원래 계획하고 있던 대로 소설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그래서, 전문가가 하는 평가는 거의 수용하는 편이다. 물론 그 소리가 아프고 힘들지만, 그 고통을 받아들여야 내 소설이 더 완벽해지고, 빛을 발한다.




2. 독자들이 남긴 쓰디쓴 한 줄

웹소설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이 바로 '즉각적인 피드백'이라는 것이다.

독자들과의 소통이 원활한 덕분에 더 좋은 작품을 낼 수도 있지만, 또 독자들이 남긴 아픈 댓글들 때문에 바로바로 상처받기도 한다.

이때 독자들의 매운맛 댓글은 크게 두 가지 성향으로 나뉜다.


하나는 비판이다. 이 경우에는 거의 백 프로 수긍하며 받아들여야 한다. 이건 작가와 작품에 대한 애정이 크기 때문에 나오는 소리이기 때문이다. 물론, 속으로는 '좀 다정다감하게 써놔도 다 알아보는데 ㅠㅠ'이러지만, 가끔은 회초리로 맞는 아픔이 나를 똑바로 성장하게 만들기도 한다.

다른 하나는 비난이다. 물론, 비난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그러나 웹소설 시장에 나온 작품들은 어느 정도 상품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웹소설을 못 썼다.'라는 비난보다는 무차별적이고 작가를 무조건 깎아내리고 싶어 하는 못된 성질을 갖고 있을 때가 많다. 더군다나 인터넷 세상에서는 누가 그 글을 남겼는지 알 수 없지 않은가.

근데, 웹소설 플랫폼에는 작가가 이런 비난에 반박할 기능이 없다. 물론, 플랫폼에서 그 댓글을 지우지도 않는다. 그러다 보니 그런 악성 댓글에 상처받은 건 오롯이 작가의 몫이다.

처음에는 많이 울었다. 누군가의 비난이 무섭고 두려웠다. 근데 시간이 흐르고 여러 편의 웹소설을 내고 나니, 그런 댓글은 그냥 무시하게 된다. 어차피 상대해 봤자 나만 힘들어지고 피곤해진다.

혼자 일하는 듯싶지만, 의외로 타인과의 소통을 많이 해야 하는 게 웹소설 작가다. 그 덕분에 인간관계에서도, 누군가 나를 싫어하거나, 누군가 나에 대해 험담할 때, 의외로 덤덤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물론, 종종 펄쩍 뛰며 화를 버럭버럭 낼 때도 있지만.)


웹소설 작가를 하다 보면 나에 대한 모든 소리에 대해 허허 웃으며 넘기는, 그런 득도를 하게 될 날도 오지 않을까.

이전 11화 글 귀(鬼)에 홀릴 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