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도 동아리의 여자 회장
검술을 상세히 묘사할 수 있는 이유
중학교 때 나보다 키도 크고 늘씬한 친구가 검도장을 다녔다. 여자인데도 대회에 나가 수상할 정도로 실력이 좋은 그 친구가 멋있었다. 그래서 따라가서 배우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때 잠시 멈췄던 검도에 대한 흥미가 대학에 가서 폭발하듯 드러났다. 마침 학교에는 검도 동아리가 있었고, 나는 내 발로 동아리에 찾아갔다. 그 동아리가 4년 내내, 아니 지금까지도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칠 줄은 그때는 몰랐다.
동기들이 전부 군대를 간 탓에 동아리 회장을 맡을 사람이 없었고, 동아리가 무너지는 게 싫었던 나는 선배에게 동아리 회장을 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맡게 된 회장직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2010년 초반에도 남녀평등은 있었지만, 여자가 운동동아리 회장을 맡는 건 거의 드문 일이었다.
게다가 검도 동아리라는 특성상, 검도라는 운동과 동아리 운영 및 행정을 회장 혼자서 짊어지고 가야 했다. 그러다 보니 검도장에 열심히 다닐 수밖에 없었고, 학교의 교직원들과도 친분을 쌓아야 했다.
지금 와서 보면 그때의 경험이 지금까지 동양풍 소설을 쓰는 데 아주 큰 도움이 되었다. 동양풍에서는 남주든 여주든 검을 쓰는 장면이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사실 검도를 할 때는 이게 맞는 운동인가 싶은 생각이 많이 들었고, 무엇보다 상대와 대련을 하는 게 미친 듯이 무서웠다.
그런데 소설을 쓸 때 검을 쓰는 방법, 발을 움직이는 방법, 검을 뽑은 방법과 같은 기술적인 부분은 물론, 칼을 부딪히는 상대에 대한 두려움, 스스로에게 갖는 의심까지 글로 상세하게 풀어낼 수 있었다.
게다가 여자 회장으로서 겪었던 각종 사건과 행정적인 일을 하다 오는 스트레스, 그러면서도 어떤 집단을 이끌어가는 방법도 저절로 익힌 지라 여주가 능력자인 웹소설을 쓸 때 아주 유리했다.
지금은 검도를 하지 않지만, 너무나도 매력적인 운동이고, 무엇보다 내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운동이다. 언젠가 다시 검도를 하고 싶을 것 같아서 아직까지는 죽도를 버리지 않았다.
다만, 다시 검도를 하게 될 때는 아마도 소설에 필요한 무언가를 얻고 싶을 때가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