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치열했던 나의 20대
"넌 항상 바빠."
20대 때 수시로 들었던 소리였다. 대학 때부터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해야 할 것도 많았다. 일 벌이기에는 누구보다 선수였다.
1. 중국
대학 때는 중국어가 좋아서 학교 수업이 끝나고 중국어 학원을 다녔다. 그때는 드라마 유성화원의 따오밍쓰(언승욱 배우)에 대한 환상으로 중국에 가겠다는 일념으로 중국어를 배웠다. 중국 남자들이 다 그렇게 생겼을 거란, 드라마가 주는 크나큰 착각 때문이었다.
그 덕분에 중국 항저우에 가서 6개월 동안 중국 교환학생으로 살면서, 동양풍 문화를 제대로 익혔다. 그로부터 11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때 쌓은 추억과 기억들이 지금도 내 삶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때 체득한 풍경, 그때 배운 한자, 그때 머릿속으로 구상했던 스토리, 그 모든 게 지금도 상상력을 발휘하는 데 크나큰 원천 소스가 되어 준다.
2. 티베트
전공을 살려 일하고 싶어서 대학원에 갔다. 그 덕(?)에 나는 석사 논문을 쓰기 위해 티베트까지 다녀와야 했다. 해발 3,700m에서 고산증 때문에 뇌가 부풀어 터질 것 같은 통증을 5일 내내 겪고서는 한국에 사는 게 얼마나 행복하고 감사한 일인지 느낄 수 있었다.
이런 야생의 환경도 있구나. 이런 곳에 사람이 사는구나. 그럼 이곳에 오면 캐릭터는 어떤 고통(신체적인)을 겪을 수 있을 것인가. 인간의 고통이 한계에 다다르면 어떤 기분이 들까. 그 모든 힘듦과 괴로움을 티베트에 가서 느낄 수 있었다.
티베트는 살면서 한 번은 가볼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앞서 괴로운 얘기만 줄줄 늘어놓았지만) 신체적으로는 고통스러웠지만 정신적으로는 배울 게 정말 많은 곳이었다. 티베트의 척박한 땅,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인드는 정말 배울 점이 많다. 그리고 티베트의 불교 예술은 모든 종교예술을 통틀어 최고가 아닐까 싶다.
3. 일본
사실 일본과는 별 관련이 없는 삶을 살아온 듯했다. 근데 도자기와 조선시대 도공, 그중에서도 임진왜란 때 끌려갔던 도공들에 대한 이야기를 써보겠다고 일을 벌인 적이 있다.
근데 일본에 대해서 아는 게 없었다. 심지어 그 소설을 쓰기 전에 내 일본 여행이라고는 후쿠오카(쇼핑), 오키나와(풍경) 이 전부였다. 역사 배경이 필요한데, 그에 대해 뭘 알아야 소설을 쓸 때 묘사를 할 것 아닌가. 그래서 소설 취재를 위해 오사카와 교토, 나라를 갔다 왔다.
그때 얻은 소스로 소설을 완성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는 시간과 돈이 생기면 여행을 하리라 마음먹었다. 새로운 여행지가 주는 영감은 생각보다 엄청났다. 비록 며칠 동안의 짧은 여행이었지만, 그 일본 여행에서 얻은 소스로 100화가 넘는 소설을 쓸 수 있었다.
4. 사업
27살에 멋모르고 공연 사업을 한 적 있었다. 내가 좋아하던 외국 뮤지컬 배우의 내한공연을 기획했는데, 공연 기획을 하는 기획사들이 터무니없는 조건을 내세우길래(이익이 남으면 50%를 가져가고, 손해가 나면 전부 내가 메꾸어야 한다. 근데 기획과 공연 전부 내가 해야 하고 기획사는 해주는 게 없었다.) 그냥 내가 사업자 내고 사업을 했다.
와... 그때 겪은 인간 군상들이란 정말...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최악이었다. 27살의 어린 여자 사업자는 물어뜯기 딱 좋은 먹잇감이었다. 세상에 이렇게 많은 나쁜 놈들이 있구나. 이야기 속 빌런은 인간 세계에서는 보통의 사람일 수도 있겠구나 싶을 정도였다.
그래서 빌런에 빙의돼서, 생각보다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쓸 수 있다. 그때의 경험 덕분에 나는 굳이 연기를 하지 않아도 빌런이 어떤 표정과 어떤 말투를 쓰는지 잘 알게 되었으니까.
그래서 웹소설 작가라도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게 중요하다. 어떤 경험이라도 버릴 게 없다. 사소한 것이라도 작가에게는 대작을 만들어낼 수 있는 원천 소스가 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치열하게 살았기에 20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그 경험을 다시 쌓기 위해 그 고생을 다시 하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대신, 지금 현재를 열심히 살아가며 새로운 경험을 쌓고 새 소스를 구상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