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2가 망하는 이유
자극은 더 큰 자극을 불러와야 한다
콘텐츠가 많은 인기를 얻으면 시즌2가 제작된다. 물론 그중에는 시즌1만큼이나 사랑받는 콘텐츠가 있을 수도 있지만, 대게 시즌1의 위력을 뛰어넘기 힘들다.
솔직히 말하자면, 욕이라도 안 먹으면 성공한 셈이다.
내 첫 웹소설은 네이버 베도 1위에 올라갈 만큼 인기가 있었다. 네이버 웹소설 시스템 초창기에 베도 1위는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인기가 폭발적이었다. 당시 내 웹소설의 관작수가 20,000명에 가까울 정도였으니 그 인지도는 말할 것도 없었다.
세계관을 구체적으로 정해놓고 쓴 건 아니었다. 다만, 나도 초짜 작가다 보니 현실세계의 세계관 영향을 받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위치에 따라 그 기후와 특징을 따왔다. 사실 거대한 뭔가를 생각하고 짠 판은 아니었는데 사건에 따라가다 보니 그렇게 만들어졌다.
지금은 절친이 된 편집자님이 있다. 이 편집자님 덕분에 내 첫 웹소설을 종이책으로 출간도 하고 카카오페이지에 업로드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편집자님이 세계관이 크다며, 시즌8까지 만들어보는 거 어떠냐고 얘기하셨다. 그때만 해도 시즌제에 아무 관심이 없었는데,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시즌제에 욕심이 났다.
그래서 시즌2를 썼다. 원작이 워낙 잘 되었으니, 이 작품도 잘 되리라 한 치의 의심도 없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망작'이 되었다. 그리고 나의 첫 실패작이기도 하다.
첫 실패에 한 동안은 웹소설 쓰기에 대한 자신감이 사라졌었다. 그러다 도대체 이 작품은 왜 망한 건가 곰곰이 생각해 보니, 시즌1의 매력과 위력이 워낙 강했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시즌1은 세상에 없던 무언가를 창조해서 짜잔 하고 내놓기에 사람들이 열광하지만, 시즌2는 시즌1보다 더 강렬하고 폭발적인 무언가를 담고 있어야 사람들에게 먹힌다. 작가가 과거의 자신을 능가해야 하는 스토리와 필력을 갖고 있어야 하는데, 어디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 그리 쉽던가.
웹소설이라는 콘텐츠는 생각보다 자극적이고, 중독성이 있다. 사람들이 자극적인 것에 중독되면, 그다음에는 같은 자극으로는 눈길을 끌 수 없다. 훨씬 더 강한 자극이 있어야 하는데, 그 자극을 만들어내는 건 정말 정말 어려운 일이다.
물론 내 머릿속에는 시즌8까지 그 스토리가 구성되어 있지만, 그건 아마도 먼 훗날, 내가 엄청나게 여유로워져서 사람들의 눈치를 안 보고 마음껏 웹소설을 쓸 수 있는 날이 오면 시작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