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향 vs 여성향
웹소설 하면 단편적인 시장 하나만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웹소설도 굉장히 세분화되어 있다. 그래서 웹소설을 쓸 사람이라면 내가 어느 독자를 타깃으로 글을 쓸지 정하는 게 무척 중요하다.
크게는 남성향과 여성향으로 나누어진다.
대게는 남성 작가가 남성향 소설을 쓰고, 여성 작가가 여성향 소설을 쓰는데 종종 남성 작가가 여성향 소설을 쓰는 경우도 있다. 외과의사 엘리제의 경우, 작가님이 당연히 여자인 줄 알았는데(여자 심리를 너무 잘 파악해서) 나중에 알고 보니 남자 작가님이어서 독자들이 깜짝 놀란 사건도 있었다.
남성향 소설의 경우, 판타지와 무협이 주를 이룬다.
한 소년의 성장. 과거에는 일본만화에서 주로 볼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웹소설에서 남성향 소설의 주를 이루는 분야다. 판타지의 경우에는 기사도가 보이는 중세가 주를 이루었는데, 웹소설 시장이 발전하면서 현대에 이 능력을 가진 자, 더 나아가 미래의 SF세상에서 전우주를 구하는 세계관도 많이 보이는 소재다. 그러다 보니 판타지의 경우에는 독자 연령층이 다소 어린 편에 속한다.
무협은 당연히 고대 중국이 배경이다. 화산, 종남, 운남, 소림 등 한 번쯤은 들어봤던 종파에서 힘없던 한 소년이 성장해서 무협 세상을 제패하는 내용을 다룬다. 그리고 워낙 오랫동안 다루어진 소재이기 때문에 독자 중에는 작가보다 더 지식이 풍부하고 매의 눈으로 관찰하는 엄청난 능력자들도 꽤 있다.
그래서 무협에는 한자어가 많이 등장하다 보니 독자의 연령층이 다소 높은 편이다.
여성향 소설의 경우, 로맨스와 로맨스판타지가 주를 이룬다.
로맨스와 로맨스판타지의 차이는 세계관 때문이긴 하지만 감정선까지 판이하게 다르다. 로맨스 소설의 경우에는 세계관이 현대다. 세계관이 평범하다 보니, 감정선이 무척 중요하다. 로맨스는 무조건 인물 간의 감정선을 잘 다뤄야 한다. 특히 사랑이라는 감정이 주가 되어야 하니, 독자들을 얼마나 설레게 하고, 독자들이 캐릭터의 감정에 얼마나 잘 빠져들 수 있느냐가 중요한 포인트다.
로맨스 판타지, 줄여서 로판의 경우에는 세계관이 중요하다. 물론, 감정선이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다. 하지만 어떤 세계관을 설립하느냐가 감정선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로판의 경우, 동양풍과 서양풍으로 나누어진다. 처음 웹소설이 나왔을 때는 동양풍도 인기가 꽤 있었는데, 코로나 시국을 지나면서 로판 = 서양풍 으로 굳어진 듯하다. 그래서 로판 하면 북부대공, 악역영애, 기사도, 무도회, 등의 내용이 많이 나온다.
그리고 여성향의 경우에는 또 하나 인기 장르가 있다.
바로, BL이다.
BL을 더 줄여서 벨이라고 하는데, 남자와 남자의 사랑을 다룬 로맨스다. 사실 이 시장은 꽤 오래되었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나기 힘든 시장이었기에 암시장과 같은 느낌을 풍겼다. 그런데 스마트폰 도입과 함께 이 시장이 어마어마하게 커졌다. 그래서 웹소설 작가들이 돈을 벌려면 벨을 써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고, 돈을 번다는 건 무척 행복한 일이다. 그러나, 내 글만 고집했다가는 오랜 시간 돈을 벌지 못할 수도 있다. 웹소설은 돈을 따라가는 시장이기 때문에, 철저하게 독자의 니즈를 파악하고 글을 써야 한다. 그래야 집필한 시간을 버리지 않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