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웹소설과 시나리오의 차이2(소재)

신데렐라와 영웅을 보는 전혀 다른 관점

by 혜지

소재를 찾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특히 많은 사람들의 흥미를 확 끌 수 있는 훅을 걸 수 있는 소재는 더더욱.


웹소설과 드라마의 소재는 마치 거울을 보는 것처럼 정 반대의 느낌을 준다.

웹소설이 환상 90%+현실 10%의 느낌이라면, 드라마는 현실 90%+환상10%이기 때문이다.


물론 드라마에서도 환상을 다룬 소재들은 많다. 그러나 그 환상의 배경이 웹소설만큼 강렬하지는 않다. 가상의 조선시대, 현실 속 판타지 요소 정도랄까. 웹소설은 아예 차원과 공간이 달라지지 않는가.


*

웹소설에서는 회빙환을 기본전제로 깔고 간다. 회귀든, 빙의든, 환생이든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현재의 나의 육체가 없다. 즉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과거가 되었든, 다른 세상에 갔든, 다른 존재가 되었든, 영혼이 되었든, 생각이 되었든 간에 현재의 나는 무형의 존재로만 존재한다.


그러다 보니 소재가 엄청나게 자유롭다. 판타지의 경우에는 중세, 근세, 근대의 서양이 주요 베이스다. 동양이라고 해도 중화풍에 기반을 둔다. 현대와 미래도 다를 게 없다.


웹소설 속 남자주인공은 어마어마한 경제력을 가졌거나, 국가권력을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경우가 많다.


즉, 웹소설은 현실에서 절대 일어날 수 없는, 혹은 일어나서는 안 되는 막강한 세계관과 강력한 캐릭터를 바탕으로 한 소재를 다룬다.


그래서 웹소설에서 신데렐라와 영웅서사는 필수요소다.


물론 여주가 어느 정도 능동적이어야 하는 부분은 있다. 그렇다고 해서 평강공주와 온달 정도의 신분 차이를 다루는 웹소설은 없다.


여주가 공주라면 남주는 적어도 대공의 적장자 정도는 되어줘야 한다. 만약 남주가 노예라고 하더라도 눈에 띌 만큼의 외모를 갖고 있다던가, 나라를 전복시킬 정도로 엄청난 능력의 소유자라던가.


영웅서사는 남성향이든 여성향이든 모두 갖고 있는 소재다.웹소설에서의 영웅서사는 기본적으로 주인공의 먼치킨력이 작용한다.


절대 죽지 않는 주인공의 버프와 모든 캐릭터를 이길 수 있는 엄청난 능력과 매력을 가진 주인공이 세계관 최강자로서 위기에 빠진 세계를 구하는 건 웹소설 독자들이면 누구나 바라는 모습이다.


여기서 현실 10%라는 건 캐릭터의 생각과 감정이다. 캐릭터가 아무리 먼치킨이라고 해도, 독자가 감당할 수 있고, 독자가 수긍할 수 있는 선 안에서 놀아야 한다.


어쨌든 웹소설을 읽는 건, 현실을 살아가는 독자이기 때문이다.


*


반대로 드라마는 현실에서 소재를 찾는다.


방작원에 가서 놀랐던 건, 현실 안에서 이렇게 다양한 소재를 다룰 수 있다는 점이었다.


작게는 가족 간의 다툼, 개인의 처절한 생존경쟁, 회사 안에서 일어나는 각각의 개성을 가진 캐릭터들의 에피소드부터 크게는 사회의 부조리에 대항하는 정의로운 세력, 범죄, 살인을 다룬다.


지극히 현실적이고, 캐릭터 간의 인물관계성이나 성격에서도 '말이 되는가'를 따진다.


그래서일까, 의외로 신데렐라와 영웅서사가 욕을 먹는다.


사실 남성향 소재를 다룬 드라마에서의 영웅서사는 환호하는 분위기다. 그런데 드라마에서의 영웅서사는 웹소설과는 다르다.


아무 능력도 없고 찌질했던 주인공이 성장하면서 각성하고 깨달으며 점점 능력을 갖춘 캐릭터가 되어 궁극적으로 세계관을 구하는 초목표가 있다. 처음부터 엄청난 능력을 가진 웹소설 캐릭터와는 전혀 다른 모습과 전개를 보인다.


신데렐라 로맨스는 기초반부터 연수반을 거쳐 전문반에 이르기까지, 어느 한 반도 거치지 않고 혼났던 부분이었다.


웹소설적 관점으로 썼던 로맨스들이 전부 '여자가 수동적'이라며 선생님한테 지적을 받았기 때문이다. 아마도 드라마 현장의 분위기는 성장형 + 독립적인 여성상을 좋아하는 모양이다.


최근 방송하는 드라마에서는 능력남보다는 조력자인 남주를 더 좋아한다. <나의 완벽한 비서>와 <옥씨부인전>에서 보면 유능한 여주 옆에 남주는 공감하고 도와주고 여주가 잘 되도록 뒤에서 서포트 하는 역할이 강하다.


신기한 건, 의외로 엄청난 인기를 받은 로맨스 드라마들은 웹소설 원작의 드라마들이다.


여담으로, 교육원 동기들이 모여서 했던 얘기가 있다. <지금 거신 전화는>은 아마 드라마 대본으로만 제작되었더라면 절대 드라마가 안 되었을 것이라고. 원작이 있고, 원작이 너무 인기가 많고 성공했기에 드라마로 될 수 있었다고 말이다.


그래서인지 방작원에서는 로맨스, 로맨스코미디를 다룬 과제를 찾기가 쉽지 않다. 교육생들도 이 두 장르를 쓰는 걸 굉장히 힘들어한다.


사실 로맨스든, 로코든 잘 되는 법은 딱 하나다. '환상'을 쓰면 된다. 하지만 현실이 될 수는 없다.

그래서 환상을 다루는 웹소설에서는 강력한 메인 장르지만, 드라마에서는 절대적인 메인 장르는 아니다.


우리가 꿈꾸는 이상형, 이상향. 하지만 현실에서 찾기 힘들기 때문에 드라마에서 의외로 잘 다룰 수 없는 소재이기도 하다.


만약 드라마에서 로맨스나 로코를 쓴다면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바로, 이 환상을 쓰면 안 된다는 점이다. 현실에서 충분히 가능할 수 있는 로맨스, 로코여야 한다. 그래서 드라마는 웹소설과 정 반대의 모습을 가진다.


그럼 드라마에서의 환상 10%는 뭘까?

바로 현실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세계관을 의미한다.


사람들이 사극을 좋아하는 이유는 조선시대로 돌아가서 살 수 없기 때문이며, 사극 속 말투를 현실에서 쓸 수 없으며, 사극에서 입는 한복을 실생활에서 입기 힘들기 때문에 대리체험하는 기분을 느낀다.


재벌가의 이야기, 전문직 이야기 등, 드라마에서는 우리가 일상에서 존재는 하나, 접하기 힘든 세계관을 좋아한다.


달라도 너무 다른 두 분야를 함께 다루는 건 정말이지 어려운 일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끼지만 어쩌겠는가, 결국 예술은 돈을 따라갈 수밖에 없으니. 내게 일감을 주는 클라이언트의 요구를 따르는 수밖에.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웹소설과 시나리오의 차이 1(작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