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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작가로 사는 시간

타인의 시선 vs 실제 작가의 삶

by 혜지

웹소설 작가라고 하면 대게는 편안하게 글을 쓴다고 생각한다. 특히 전문직 출신인데 부업으로 웹소설을 썼다가 대박 난 사례도 있다 보니 웹소설을 쓴다는 건 충분히 내 일을 하면서 짬짬이 가볍게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싶다.


3년 전쯤 방송작가교육원에서 친해진 언니가 하나 있었다. 시간이 흘러 언니는 제작사와도 계약을 할 정도로 작가라는 언니의 목표에 많이 다가섰다. 그러던 중에 웹소설 계약도 들어왔다며 내게 문의가 왔다.


나는 언니에게 웹소설 계약하면 대본 쓸 시간 없을 테니 신중하게 계약을 생각하라고 했다. 그런데 돌아오는 말은 솔직히 황당했다.


'의사도, 변호사도 다 웹소설 쓰잖아. 전문직도 그렇게 하는데? 뭐 웹소설은 쉽게 쓸 수 있는 거 아니야?'


그 말에 솔직히 내 일에 대해 좀 회의감이 들었다. 아, 사람들이 보기에는 내가 하는 일이 엄청 쉽게 느껴질 수도 있구나. 나는 정말 너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그 황당한 말에 대한 내 대답은 '그들은 생명줄 잘라다가 작품 쓰는 거다.' 였다.


웹소설 작가로 데뷔하게 되면 본업과 집필을 병행하는 게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둘 다 하려면 잠을 줄여야 하고 여가시간이 오롯이 집필시간이 되어야 한다.


하루 10시간. 8,000자.


웹소설 작가가 기본적으로 글을 써야 하는 시간이다.

이것도 한 시간에 평균 1000자를 쓰는 작가들에 해당하는 말이다.


물론 작가는 ai가 아닌 사람이기에 컨디션에 따라 한 시간이 아니라 하루에 1000자를 써야 하는 케이스도 생긴다. 그래서 하루 10시간, 8000자를 써놔야 혹시 모를 변수에 대비할 수 있다. 이 10시간이라는 건, 틈틈이 쉬는 시간까지 전부 포함한 시간이다.


나 또한 다른 작가가 쓴 글은 5분 만에 후루룩 읽어내려간다. 그런데 내 글 쓰는 건 왜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는지 모르겠다. 웹소설을 쓴 지 10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나의 집필 속도는 1시간 1000자를 넘어서지 못한다.


그러니 웹소설 작가들이 쓰는 창작물에 너무 악플을 달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들 자신의 에너지를 한 글자, 한 글자에 담아서 세상에 내놓은 자식 같은 존재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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