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평남짓
마구간엔
노쇠한 경주마
한편에 서서
잠든다
어릴 적 푼돈에
물이고 불이고
가림 없이 달리다
가족 없이 살다
친지 없이 살다
양발에 말굽이
다해져 맨살이
드러날 쯤에야
빈 여물통 한편에
비로소 몸을 누이고
태어나 처음
깊은 잠에 든다
뭐 하나 특별한 것
없이 태어나
가르침 없이
맨몸으로 살다가
마지막 잠자리에
본인이 태우던
나이 든 기수에게
난자리 청소를
부탁하며
잠에 든다
뒤처진 말에게
관심은 사치인 듯
그 사각지대
한평 남짓
마구간에서
서서 잠들던
뇌쇠한 말이
오늘은
누워 잠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