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지대

by 가현달

한평남짓

마구간엔

노쇠한 경주마

한편에 서서

잠든다


어릴 적 푼돈에

물이고 불이고

가림 없이 달리다


가족 없이 살다

친지 없이 살다


양발에 말굽이

다해져 맨살이

드러날 쯤에야


빈 여물통 한편에

비로소 몸을 누이고

태어나 처음

깊은 잠에 든다


뭐 하나 특별한 것

없이 태어나

가르침 없이

맨몸으로 살다가


마지막 잠자리에

본인이 태우던

나이 든 기수에게

난자리 청소를

부탁하며


잠에 든다


뒤처진 말에게

관심은 사치인 듯

그 사각지대

한평 남짓

마구간에서


서서 잠들던

뇌쇠한 말이

오늘은

누워 잠든다

이전 10화사랑, 그 상실되지 못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