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발을 만지며 배우는 것들

부끄러워서 오지 못했던 발

by 가이아

“신발을 벗는 게 늘 조심스러웠어요.”


오늘 처음 발관리를 받으러 오신 분이 하신 첫마디였다. 양말을 벗으면서도 계속 미안하다고, 지저분해서 창피하다고 하셨다.


나는 그 말을 들으며 마음이 먹먹해졌다.


사람의 발을 만지는 일을 시작한 지 이제 N연차가 되었다. 처음엔 단순히 관리를 해드리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점점 다른 의미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발이 들려주는 이야기


발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어떤 사람이 얼마나 오래 서서 일했는지, 얼마나 많이 걸어 다녔는지, 자신을 위한 시간을 얼마나 뒤로 미뤘는지. 발톱 하나, 각질 한 겹에 모든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래서 나는 그분께 이렇게 말씀드렸다. "부끄러운 게 아니에요. 이건 열심히 사신 흔적이에요."


그 순간, 그분의 표정이 조금 누그러졌다.


우리가 부끄러워하는 것들


사실 우리는 모두 어딘가 부끄러워하며 산다. 완벽하지 않은 몸, 다 정리되지 않은 마음,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민망한 부분들. 하지만 그런 것들이야말로 우리가 살아온 증거가 아닐까.


발관리를 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비슷한 말을 한다.


"이런 거 처음이에요." "남들은 다 받나요?" "괜찮을까요?"


그럴 때마다 나는 생각한다. 우리는 언제부터 자신을 돌보는 일을 이렇게 낯설어하게 되었을까. 언제부터 내 몸의 한 부분을 소중히 여기는 일을 사치라고 여기게 되었을까.


쌔근쌔근, 편안한 숨소리


관리를 받으시는 동안, 많은 분들이 깊게 잠이 드신다. 쌔근쌔근, 마치 아기처럼 편안한 숨소리를 들을 때면 나는 조용히 미소를 짓는다. 언제부터인가 이렇게 깊이 쉬어본 적이 없으셨을 텐데, 이 한 시간만큼은 모든 걱정을 내려놓으시는 것 같아서.


어떤 분은 관리를 받으시고 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맨발로 슬리퍼 신어도 되겠네요."


그 한마디에 담긴 기쁨을 보면서, 나는 내가 하는 일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이건 단순히 각질을 제거하는 일이 아니다. 누군가가 자신을 조금 더 사랑할 수 있게 도와주는 일이고, 진정한 쉼을 선물하는 일이다.


돌봄이라는 이름의 인사


신생아실에서 아기들을 돌보는 일도, 타로 카드로 마음을 읽어드리는 일도, 발을 정성스럽게 관리해 드리는 일도 결국 같은 마음에서 시작된다.


조용히 누군가를 돌보고 싶다는 마음. 상처받은 부분을 어루만져주고 싶다는 마음. "괜찮다"라고 말해주고 싶다는 마음.


오늘도 누군가의 발을 만지며 생각한다. 이 작은 손길이 그 사람의 하루를 조금이라도 더 편하게 만들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그리고 나 역시 누군가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걸,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매일 새롭게 배워간다.


발을 만지며 배우는 것들.

사람은 모두 연약하고, 그래서 더 소중하다는 것. 돌봄이란 서로를 향한 작은 인사라는 것. 그리고 부끄러워할 것 없이, 우리는 모두 충분히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는 것.


오늘도 누군가 용기를 내어 이곳을 찾아와 주실지도 모른다. 조금 부끄러워하면서도, 자신을 돌보고 싶다는 마음을 안고서.


그때 나는 다시 말할 것이다. "괜찮아요. 정말 잘 오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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