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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동안 달려보았다

어쩌다보니

by 개일

달리는 게 익숙하다. 좋아하는 건 아닌 것 같다.
달리기 전에는 하기 싫지만, 막상 뛰기 시작하면 별생각이 없고, 다 뛰고 나면 개운하다.


살을 빼기 위해 달리기를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달리기만으로 살이 빠지지는 않았지만, 크게 바라지 않았던 체력을 얻었다.


2024년 초부터 나는 달리기를 시작했다. 연말에 한국만 다녀오면 맛있는 음식이 가득한 한국에서 살이 보기 좋게 쪄버리고 오니, 급찐급빠를 위해 그전엔 거의 하지 않았던 운동을 시작했다. 여전히 뛰는 것 말고는 잘하는 운동이 없다.


한국엔 정말 맛있는 게 많다. 특히 한국에 놀러 가면 가장 먼저 가고 싶은 곳은 먹거리 시장! 사실 어느 시장이든 다 좋다. 논란의 광장시장도, 자갈치 시장도, 서울, 강릉, 제주 어디든 환영이다. 시장에서 먹는 옛날식 떡볶이, 빈대떡, 씨앗호떡, 딸기모찌는 다 너무 맛있고 저렴하다. 또 한국의 뷔페는 가격 불문 맛있는 것들이 왜 그리 많은지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던 가성비 애슐리는 지금도 꼭 간다. 고등학생 때는 한창 살이 찌지 않아 40키로도 안 되는 여고생이 아빠와 함께 뷔페를 가면 아빠가 먹는 양의 세네 배는 먹어서 아빠가 참 놀라워 했었지.


그 연말 여행에서도 어김없이 한국에서 먹고 싶은 걸 마음껏 먹었다. 몸무게는 무서워서 재보진 않았지만 대충 한 달 동안 3kg 정도 쪘을까? 여행 가서 찐 살은 돌아와서 바로 관리하면 금방 빠지니 돌아오자마자 식단과 운동을 시작했다. 다행히 급하게 찐 살이라 그런지 몇 주 관리하니 다시 돌아오더라.


그렇게 시작한 달리기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꾸준히 달려야지!” 같은 대단한 결심을 한 적도 없는데, 그냥 어쩌다 보니 습관이 됐다. 달리기를 좋아하냐고 하면... 그렇다고 답할 순 없을 것 같다. 누가 몸이 힘든 걸 좋아하겠어. 게다가 나는 실내 러닝머신 위에서 뛰기 때문에 경치 구경의 재미도 없고, 그냥 앞에 아이패드를 두고 유튜브를 보며 뛴다.


스탠포드 러닝 그룹에도 몇 번 나가봤다. 지인이 초대해줘서 나가게 됐는데, 같이 달리는 건 분명 재밌고 좋다. 하지만 스탠포드까지 왕복 한 시간이 걸리는 건 평일에 유지하기가 쉽진 않았다. 무엇보다 이왕 뛰는 거 한 시간은 뛰어야 될 것 같은데, 그룹으로 뛰면 30분밖에 안 뛰어서 운동을 하다 만 것 같은 찝찝함. 그래서 아예 그룹 가기 전에 혼자 한 시간 뛰고 간 적도 있지만... 직장인에게 그런 식의 생활을 오래 유지하기는 어려운 것 같았다. 그렇게 서너 번 참여하다가 어느새 다시 혼자 뛰게 되더라.


달리기만으로 살을 빼는 건 확실히 쉽지 않은 것 같다. 쉬지 않고 한 시간 달려도 칼로리 소모가 그리 크지 않은데(~500kcal?), 뛰고 난 뒤 배고프다고 크림빵 하나 먹으면 그 한 시간을 5분 안에 다시 채워버리는 셈이다. 운동하고 난 후에는 배는 또 얼마나 고픈지. 오히려 빠지기보다는 찔 수도 있는 운동이 아닌가 싶다. 달리기로 살 빠진 사람들은 아마 달리기에서 얻은 동기부여를 계기로 식단 관리를 철저히 했기 때문에 빠진 것 아닐까.

하지만 2년 동안 달리기를 함으로써 얻어진 체력이 살을 빼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을 선물로 가져다 준 것 같다. 달리는 도중에 오는 작은 자신감, 며칠밤을 새도 밥만 제대로 먹으면 버틸 수 있는 체력이 언젠가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나에게 무리가 가지 않는 선은 시속 9km 로 한시간, 그보다 오래 뛰면 지루하고 더 빨리 뛰면 조금 숨이 차다. 더 빨리 뛰고 싶은 욕심은 없지만 가끔 기운나면 더 빠른 속도로 달리고 그 외에는 가뿐히 전화할 수 있는 편안한 속도로 달리니까 매일 뛰어도 무리가 없다.


요즘 러닝이 유행이 돌면서 주변 사람들이 소셜미디아에 마라톤 참가 인증을 자주 올리던데, 나는 아직 마라톤까지는 나가본 적 없다. 딱히 나가보고 싶은 마음도 아직은 없다. 언젠가 기회 되면 나가겠지만 아직 마라톤을 참여한 적이 없어서인지 그 성취감의 재미를 잘 몰라서... 당분간은 혼자 달리는 게 계속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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