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불안의 가장자리에서, 나를 붙잡아주는 루틴

by 김가인 오로시

불안은 불쑥 찾아온다.


갑자기 아무런 이유 없이,

마음이 텅 빈 듯 멍해질 때가 있다.


지금은 약의 도움으로

겨우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지만,


만약 그것마저 없었다면

나는 매일을 감정의 파도 위에서

위태롭게 버티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불안이 찾아올 때면

나는 습관처럼 펜을 든다.


감정을 글로 옮기고,

불안이 조용해질 때까지 그림을 그린다.



그리고 무엇보다

일상의 루틴을 만든다.


아침이면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짧게나마 산책을 다녀온다.


걸으면서 바람을 느끼고

공기의 냄새를 맡으며

조금씩 마음을 진정시킨다.


저녁이 되면,

좋아하는 시인의 시집을 펼친다.


침대에 엎드려 천천히 시를 읽다 보면

그제서야 하루가 고요해진다.



그 고요함 속에서 나는

내 감정을 시로 담는다.


불안이라는 감정을

완벽히 없앨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 가장자리를

내 힘으로 붙잡고 있을 수 있게 되었다.


돌이켜 보면,

남편과 떨어져 지냈던 순간들이 있었다.


외국 출장을 떠났던 긴 시간,

산후조리 중 떠나보낸 짧은 주말.


남편을 배웅하고 돌아서며

그가 사라지는 뒷모습에

한참을 울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그때 느꼈던 상실감과 두려움이

가끔씩 내 마음을 덮칠 때면,

나는 더욱 루틴 속으로 나를 밀어 넣는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산책과 시를 반복하며,

나는 하루하루

불안의 가장자리를 걸어 나간다.


내가 붙잡은 이 작은 습관들이,

불안을 이겨내기 위한

작고 단단한 다짐이라는 걸

나는 이제 안다.


오늘도 나는,

내 안의 불안을 인정하며

그 가장자리에 서서

나 자신을 조용히 붙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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