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으로 가는 터널에는
그늘의 서늘한 바람이 통했는데
더 이상 통하지 않아
하늘에는 타다 남은 불덩어리들
아스팔트를 녹이고
나무들을 하얗게 태워간다
붉은 해파리가 가득한 푸른 바다는
더 이상 발을 담글 수가 없어
그저 모래 위에 주저앉아
파도 대신 실컷 우는 수밖에
옛날의 내 시절 여름은
이제 더 이상 없는
그저 내 아이에게
“미안해”
비행기 창문밖을 보면
보라빛 멍든 지구가 누워있고
아시아 코끼리들이 북극을 향해 떠나고
빙하는 바다를 녹이고 있네
추억 속 넘쳐흘렀던
계곡의 얼음 바람은
이젠 불어오지 않는다
네모난 대피소 안
냉각 바람으로 땀 식히는
그런 여름만이
이젠, 추억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