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한 휴가

by 김가인 오로시

여름으로 가는 터널에는

그늘의 서늘한 바람이 통했는데

더 이상 통하지 않아



하늘에는 타다 남은 불덩어리들

아스팔트를 녹이고

나무들을 하얗게 태워간다



붉은 해파리가 가득한 푸른 바다는

더 이상 발을 담글 수가 없어

그저 모래 위에 주저앉아

파도 대신 실컷 우는 수밖에


옛날의 내 시절 여름은

이제 더 이상 없는

그저 내 아이에게

“미안해”



비행기 창문밖을 보면

보라빛 멍든 지구가 누워있고

아시아 코끼리들이 북극을 향해 떠나고

빙하는 바다를 녹이고 있네


추억 속 넘쳐흘렀던

계곡의 얼음 바람은

이젠 불어오지 않는다


네모난 대피소 안

냉각 바람으로 땀 식히는

그런 여름만이

이젠, 추억으로 남는다

이전 17화물음표의 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