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루룩 읽히는 시집
앞으로 나란히
...
오늘 길어진 네 그림자가
어제 내가 그리워한 것에 닿아
다시 나란해지는 서로의 앞
::
높고 높은 하늘이라 말들 하지만
혼자 사는 사람과 같이 살던 사람과 사람이 그렇게 살면
못쓴다 하던 사람과 죽지 말고 살았어야 하는사람과 사랑으로
만났어야 했던 사람과 삶을 속인 사람과 살며 마주하지 않았어도
좋았을 사람과 나를 보고 그냥 살라고 했던 사람과 삶에 속은 사람과
천천히 후회하며 살라던 사람과 미안하지만 이제 이렇게는 살지 않겠다던
사람과 같이 살아도 끝내 모를 사람까지 모두 말없이 올려다볼 시월의
가을 하늘입니다.
만약에
멀쩡한 승용차를 집에 두고 왜 새벽 열차를 기다리고 버스로 환승까지 하며 출근하는 것인지
아버지에게 물은 적이 있다 대중교통을 타면 오래 만나지 못한 이와 우연히 마주칠 것만 같다고
아버지가 답했다 만약에 그런 일이 실제로 생긴다면 참 반갑지 않겠냐고 아버지가 되물었다
: 나도 그런다. 어느 낯선 도시, 아니면 번화가에서 오래 만나지 못한 이와 우연히 마주칠 것만 같아서 주위를 두리번 두리번 거리곤 한다. 어머, 이게 무슨 우연이야! 수다를 떨 수 있을 거 같아서.
박준의 신작 시집을 출판사에서 하도 홍보를 하길래 일부러 거리를 두다가 뒤늦게 읽었는데
좋다.
하룻만에 후루룩 읽히는 시집은 최승자 이후로 오랜만.
이것저것 찾아 듣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