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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은진 Oct 05. 2022

흐린 날 둘만의 독서 모임-「부엌은 소행성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는 일주일에 한 번씩 요시무라 씨와 만나서 한국의 소설책을 읽었다.요시무라 씨는 74세 일본인. 욘사마 열풍이 일본 열도를 뒤 흔들었을 당시, 나도 자연스레이 시대의 부름을 받고 2년 정도 한국어 강사를 했었다. 그때 나에게 기역니은디귿을 배웠던 나의 제자분이시다.






나는 사실 그다지 잘해드리지 못했는데, 요시무라 씨의 인격 덕분에 우리 둘의 인연이 벌써 18년째 이어지고 있다. 그 사이에 요시무라 씨의 한국어 실력도 차곡차곡 쌓여 이제는 소설 책정도는 혼자서도 읽으실 수 있을 정도가 되셨다. 개인 코칭을 받으셔서 한국어 발음은 얼마나 또 좋으신지.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 요시무라 씨는 친구분들 5~6 명을 모아 한국 여행을 다녀오곤 하셨는데, 여행 직후에 그녀의 에피소드를 듣는 것이 너무나도 즐거웠다. 한국어가 가능하시니 대중교통을 이용하실 때에는 “우리들은 노인들입니다”라며 알뜰히 경로우대를 받아내셨고, 시장이나 식당에서는, 누가 할머니들이라고 하면, “아가씨라고 해주실래요?”라고 먼저 농담을 건네 주위를 한바탕 웃게 하시는 등 가는 곳마다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끊이질 않았다.






요시무라 씨는 항상 나를 딸처럼 배려해주시고 응원해주셨다. 내가 한국에서 책을 출간했다고 하면 얼마나 좋아하실까? 한시라도 빨리 책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오늘 만나서 책을 선물해 드렸더니 한동안 아무 말씀 안 하시고 책만 뚫어져라 바라보신다. 그리고는 한 참이 지난 후에, 조용하게 혼잣말처럼 한마디 하신다. “얼마나 고생하셨을까”라고. 흐린 날씨 때문인지 오랜만에 만나서 인지 다른 때보다 우리 둘의 시간이 느리게 흘러갔다. 그리고 헤어질 때는 오늘 새벽부터 손수 만드신 반찬들을 한 봇 따리 내손에 들려주신다. 부모님도 친척도 안 계시는 일본땅에서 요시무라 씨는 늘 그렇게 나를 친딸처럼 챙겨주셨다. 어찌 그 은혜를 다 갚을까… 


      




「부엌은 소행성이다」의 끝페이지를 넘기실 때쯤 되면, 그녀의 딸 같은 내가 왜 이 책을 한국에 소개하고 싶었는지 공감해 주실 수 있으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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